가방 대신 립스틱…뷰티로 몰린 명품, K뷰티와 격돌 [명품 소비의 분화]

입력 2026-09-1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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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럭스 5.1% 성장…향수는 두 자릿수 증가
명품 인지도와 K뷰티 경쟁력 격돌…국내 ODM엔 기회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루이 비통 뷰티 프래그런스 스토어’ 전경. (사진제공=루이비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루이 비통 뷰티 프래그런스 스토어’ 전경. (사진제공=루이비통)

‘비쌀수록 잘 팔린다’던 성장 공식이 흔들리자 명품업계의 시선이 뷰티로 향하고 있다. 최대 수천만원하는 가방과 의류의 구매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향수와 립스틱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구매 주기가 짧아 안정적인 매출과 신규 고객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16일 관련 업계 따르면 로레알의 럭스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고 향수 부문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입생로랑의 ‘리브르’는 세계 여성 향수 판매 1위에 올랐다. 로레알이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프랑스 증시 시가총액 1위에 오른 것도 고가 패션 시장이 흔들리는 사이 럭셔리 뷰티의 입지가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자 명품사들은 뷰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찌 모기업 케링은 올해 7월 기존 뷰티 라이선스 계약을 조기 종료하고 로레알과 50년간의 독점 계약을 맺었다. 로레알은 2027년 7월부터 구찌 향수와 화장품의 개발·생산·유통을 세계 시장에서 맡는다. 로레알은 이에 앞서 3월 케링 뷰티를 인수해 니치 향수 브랜드 크리드를 확보했다. 발렌시아가와 보테가베네타의 향수·화장품을 개발하고 유통할 수 있는 50년 독점권도 가져왔다. 케링은 뷰티 전문기업의 연구개발 역량과 유통망을 활용하고, 로레알은 명품 브랜드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구조다.

LVMH는 대표 패션하우스를 직접 뷰티 시장에 투입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첫 메이크업 컬렉션 ‘라 보떼 루이비통’을 선보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팻 맥그래스를 화장품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디올과 겔랑 등 기존 뷰티 브랜드에 더해 루이비통 자체를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확장한 것이다.

이처럼 명품 브랜드들이 잇달아 뷰티 시장에 뛰어들면서 세계 무대에서 입지를 넓혀온 K뷰티와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70억달러(9조 5753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출액은 41.5% 늘어난 14억5000만달러로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출 시장이 됐다.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제품 개발을 앞세운 K뷰티에 명품 브랜드들이 인지도와 희소성을 앞세워 맞서는 구도다. 명품 브랜드의 화장품 출시가 늘면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갖춘 코스맥스·한국콜마 등 국내 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에는 해외 수주를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 유통 현장에서도 럭셔리 뷰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6월 명동본점 샤넬 코스메틱 매장을 확장해 향수와 스킨케어, 메이크업을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꾸몄다. 일부 점포에서만 판매하는 하이엔드 향수 컬렉션 ‘레 젝스클루시프 드 샤넬’도 시내면세점 최초로 선보였다. 올해 1~5월 명동본점의 화장품·향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6% 증가했다.

에르메스도 향수와 립스틱, 블러셔, 네일 등으로 뷰티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 10만원이 넘는 립스틱을 판매하며 가방보다 진입 문턱은 낮추되 ‘작은 사치’ 시장에서는 최상위 가격대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뷰티 제품은 가방보다 진입장벽이 낮고 재구매 주기가 짧아 신규 고객을 유입하고 브랜드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데 유리하다”며 “패션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할수록 명품 브랜드와 K뷰티 기업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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