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에 발목 잡힌 항공업계⋯“코로나 이후 최대 비용 위기”

입력 2026-09-15 13:08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에어발틱, 美법원에 파산보호 신청
항공유 급등에 중소ㆍLCC 직격탄
헤지ㆍ자금력 따라 항공사 명암 갈려

▲발트 3국(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최대 항공사로 꼽히는 에어발틱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란전쟁 이후 유럽 항공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작년 매출만 1조2600억원에 달했으나 급등한 항공유 탓에 순손실만 690억원을 넘어섰다. (출처 에어발틱)
▲발트 3국(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최대 항공사로 꼽히는 에어발틱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란전쟁 이후 유럽 항공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작년 매출만 1조2600억원에 달했으나 급등한 항공유 탓에 순손실만 690억원을 넘어섰다. (출처 에어발틱)

이란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글로벌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경영난이 확산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당시에는 여객 수요 증발이 항공사를 위기로 몰았으나 이번에는 급등한 연료비가 항공사 수익성을 집어삼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라트비아 국적 항공사 에어발틱이 미국 뉴욕 법원에 미 연방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란전쟁 이후 유럽 항공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어발틱은 발트 3국(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가운데 최대 항공사다. 라트비아 정부가 지분 88.3%, 독일 루프트한자가 10%를 각각 보유 중이다. 70개가 넘는 노선을 운항하며 지난해에만 520만명의 승객을 수송했다. 2025년 매출이 7억7930만 유로(약 1조2600억원)였는데 순손실만 4430만 유로에 달했다.

경영난의 가장 큰 요인은 항공유 가격 급등이다. 에어발틱은 "유가 상승에 대비한 연료 헤지를 충분히 하지 않은 탓에 이란전쟁 이후 급등한 항공유 가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라며 "여기에 항공기 리스와 고금리 채권 등 기존 재무 부담까지 겹치면서 유동성 위기가 심화했다"고 밝혔다.

파산보호 신청과 함께 본격적인 구조조정도 시작했다. 현재 54대인 에어버스 항공기를 올해 말까지 36대까지 줄인다. 노동조합과 인력 감축 방안도 협의 중이다. 회사는 3억5000만유로 규모의 신규 자금을 확보해 내년 6월께 구조조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로이터는 "항공업계 위기가 에어발틱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라며 업계 전반의 위기를 경고했다. 이란전쟁 이후 항공유 가격은 한때 전쟁 이전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로이터는 이를 코로나19 이후 항공업계가 맞닥뜨린 최악의 비용 위기로 평가했다.

항공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데다 비용 가운데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단기간에 경영전략을 수정하기도 어렵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다고 단기간에 항공기 보유량이나 운항 노선을 대폭 조정하기 어렵다. 특히 북반구 겨울철이 문제다. 여름 성수기를 넘어서까지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재무구조가 약한 항공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항공사별 명암을 가르는 핵심은 ‘연료비 방어력’이다. 항공사는 항공유 선물거래를 비롯한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앞으로 사용할 항공유의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인다.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낮은 가격 수준에서 상당량을 헤지한 항공사는 비용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 최대 LCC인 라이언에어의 선방 사례가 대표적이다. 라이언에어는 고유가에 대응해 겨울철 운항편을 줄이고 2027회계연도 여객 목표를 2억1600만명에서 2억1400만명까지 낮췄다. 나아가 내년 3월까지 필요한 연료의 80%를 배럴당 약 67달러 수준으로 헤지한 상태다. 유럽 항공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강한 연료비 방어력을 갖춘 셈이다.

반면 충분한 자금과 신용한도를 확보하지 못한 LCC는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시장가격 상승을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유 구매 규모가 작아 대량 구매에 따른 가격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결국 같은 고유가 충격을 맞더라도 항공사 규모와 재무구조, 헤지 전략에 따라 실제 부담에는 큰 차이가 생긴다는 뜻이다.

위기는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남아시아 LCC 에어아시아는 지속적인 손실과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섰다. 결국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항공업계의 ‘빈익빈 부익부’가 더욱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항공유 가격을 견디지 못한 일부 LCC가 노선을 축소하면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항공사가 이들이 포기한 노선과 공항 '슬롯'을 확보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로이터는 "이번 위기가 유럽 항공업계의 오랜 구조재편을 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항공 모회사 IAG와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KLM 등 대형 항공그룹을 중심으로 중소 항공사가 흡수되는 산업 재편이 빨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항공편 감소는 소비자 부담으로도 이어진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는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쟁사들이 공급을 줄이면서 내년 항공운임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항공업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재무 여력이 부족한 LCC는 고유가가 장기화할수록 연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항공유는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까지 겹칠 경우 국내 항공사는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어발틱의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고유가 충격이 재무구조가 취약한 항공사부터 걸러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 들여진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겨울 비수기까지 겹칠 경우 글로벌 항공업계의 생존 경쟁과 대형사 중심의 산업재편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항공산업 애널리스트 존 스트릭랜드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규모가 작고 틈새시장에 의존하는 항공사들이 가장 위험하다”며 고유가 장기화가 중소 항공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CEO는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경쟁 항공사들의 공급 축소가 이어지면서 내년 항공운임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7 테크 퀘스트’ 10월 개최⋯대한민국 AI의 미래를 묻다
  • AI 개발 늦춰도 사용은 늘어난다⋯HBM 넘어 서버 D램·낸드로 번지는 수요 [AI 속도조절론]
  • 유가 100달러에 우회로까지 막혔다…커지는 항공·물류 ‘비용 청구서’
  • 연휴 앞두고…제주가 왜 이러나 [이슈크래커]
  • 추석에 73만원 쓴다…10명 중 6명 "지출 매우 부담" [데이터클립]
  • 아시아나 마일리지 10년 유지…대한항공 ‘마일리지 항공권’ 확 푼다
  • 美 국채금리 급등에 주담대 8% 턱밑… 변동금리도 ‘시간차 충격’
  • 김승원 후보자 “의혹으로 심려끼쳐 송구…형사법 개혁 현장서 완성”
  • 오늘의 상승종목

  • 09.1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4,738,000
    • -0.54%
    • 이더리움
    • 3,370,000
    • -1.32%
    • 비트코인 캐시
    • 301,200
    • -0.03%
    • 리플
    • 1,892
    • +0.69%
    • 솔라나
    • 136,800
    • -0.44%
    • 에이다
    • 278
    • -2.46%
    • 트론
    • 460
    • +0.22%
    • 스텔라루멘
    • 261
    • +3.9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670
    • -1.69%
    • 체인링크
    • 15,500
    • +0.39%
    • 샌드박스
    • 47.5
    • -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