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 국내 영화산업은 35mm ‘필름’을 상영하는 기존 방식에서 DCP(Digital Cinema Package)라는 ‘데이터’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배급사는 비용을 극단적으로 절약할 수 있었고, 때문에 영화관의 기존 영사기를 DCP 전용 영사기로 바꿔 설치하는 투자 비용도 함께 부담하기로 한다. 단 비용이 수십·수백 억에 달하는 만큼 장차 자신들 영화의 실제 상영 비율에 따라 장기간 분할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300개 넘는 국내 배급사와 전국 수십 개의 멀티플렉스·단관극장이 정산 실무를 진행하며 벌어졌다. 이번 소송의 주요 배경이다. 쟁점은 ‘그간 비용 정산을 어떻게 했느냐’는 것이다. 지난 십 수년간 어떤 배급사의 영화가 전국 어떤 영화관에서 며칠간, 몇 회 상영됐는가? 한 영화가 1관, 2관, 3관을 오가며 소위 ‘퐁당퐁당’ 상영됐다면 그 비용은 어떻게 정산되는가? 더 중요하게는 그 기록들을 명확히 확인하고 비용 청구 및 지급의 근간 자료를 관리해야 할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제대로된 기록이 남아있기는 한가?
원고인 디지털 영사기 보급업자들은 그 책임이 배급사를 대표해 VPF를 징수한 피고 소니코리아에 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 소니코리아는 그간 탈 없이 정산됐던 사안을 원고가 뒤늦게 문제 삼는다며 ‘기획 소송’이라고 맞선다. 이 과정에서 양측 모두에게 불리한 정황이 드러났다. 원고가 법원에 제출한 계약서가 위조됐고, 피고는 정당한 위임장 없이 정산금을 특정업체에 몰아 지급했단 의심을 받는다.
영화계에선 한국 영화산업이 투명하게 산업화되지 못했던 시절의 ‘문제적 상황’이 중첩됐을 거라고 본다. 현재 기준으로 다시 보면 사문서 위조, 배임, 증거인멸 등으로 비화될 여지가 적지 않단 얘기다. 1심에선 피고가 승소했지만 상황의 예민함을 인식한 듯 항소심에 들어 관련 언급을 극도로 아끼는 모양새다. 항소심 선고는 11월이다. 이 복잡한 싸움의 결론은 어떻게 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