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코스피·코스닥 기업이 코넥스시장으로 옮겨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총을 회복해 기존 시장에 남거나 한 단계 낮은 시장으로 이전하는 새로운 생존 경로가 열리는 것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총 미달 기업의 코넥스 이전상장 절차를 담은 코넥스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은 23일부터 시행된다. 4일 정부 발표가 제도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번 개정안은 대상 기업과 심사 기간, 이전 이후 관리체계를 구체화했다. 7월1일 이후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부터 새 제도가 적용된다.
시총 기준이 200억원으로 상향된 7월1일 이후 시총 미달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코스닥 상장사는 39개다. 이들이 우선 코넥스 이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업군이다.
코넥스로 이전하려면 시총 미달 이외의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없어야 한다.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 이상 영업이익을 냈거나 1개 연도 이상 영업이익을 내면서 자기자본이 2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자본잠식 기업과 외국기업은 제외되며 보통주만 이전할 수 있다.
거래소는 재무요건뿐 아니라 공익과 투자자 보호 측면도 심사한다. 시총 미달 기업이라고 모두 코넥스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다른 관리종목 지정 사유와 재무요건을 따지면 실제 이전 후보는 줄어들 전망이다.
대상 기업에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지정일부터 20거래일 안에 거래소에 사전협의를 신청해야 한다. 코넥스 신규상장 신청 기한은 지정일부터 30거래일 이내다.
거래소는 신청일부터 15일 이내 심사 결과를 통지한다. 기업이 신청 기한을 모두 사용하면 관리종목 지정 이후 최대 45거래일 안에 코넥스 이전 여부가 결정된다. 시총을 회복해 기존 시장에 남을지 재무요건을 앞세워 코넥스로 옮길지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선택해야 하는 구조다.
제도 시행 전에 이미 사전협의를 신청한 기업에는 경과규정이 적용된다. 7월1일 이후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이 23일 전에 사전협의를 신청한 경우 거래소는 20거래일과 30거래일의 신청 기한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이전 승인은 기존 시장에서의 상장폐지를 조건으로 이뤄진다. 코스피·코스닥 상장폐지일과 코넥스 신규상장일을 같은 날로 정해 정리매매 없이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승인 효력은 승인일부터 3개월간 유지된다.
이전 기업은 별도로 신설되는 ‘시장이전기업부’에 편입된다. 지정자문인 선임 의무는 상장일부터 1년간 유예되지만 1년이 지난 뒤에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다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다.
증권가에서는 코넥스 이전상장이 상장폐지 위기 기업에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제도 변경이 잇따를 경우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총이 낮은 기업일수록 정책 변화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시행 시점이나 방향성에 대한 혼란을 주는 것은 분명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행위”라며 “상장폐지 기준에 가까운 저시총 기업일수록 이러한 정책 변화에 주가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넥스 이전상장과 같은 퇴로를 마련하는 것과 함께 구조적으로 투자자들이 코스닥시장에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기금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에 코스닥 우량기업 비중을 반영하고 ETF·펀드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기 투자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