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기관의 노드를 이용해도 고객정보 관리·기록 보관은 직접
당국, 초기 안정성 위해 원장 이전 제한…완화 기준·시점은 미정

토큰증권 시장 확대를 앞두고 증권사의 분산원장 참여 범위와 계좌관리 역량이 상품 경쟁력의 변수로 떠올랐다.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려면 해당 상품이 발행된 원장에 참여하고 기존 서비스와 연계할 체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4일 토큰증권 정책방향 발표 이후 별도 협의를 거쳐 증권사와 고객의 거래 절차에 관한 입장을 정리했다. 거래 증권사가 상품의 발행 원장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해당 증권사가 원장에 추가 참여하거나, 고객이 그 원장에 참여하는 다른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분산원장은 여러 기관이 증권의 발행·보유 정보를 함께 기록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장부다. 정책 발표와 함께 공개된 ‘토큰증권 분산원장 표준요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 종목은 하나의 원장에서만 발행·유통해야 한다. 발행된 증권은 일부든 전부든 다른 원장으로 옮길 수 없다. 당국은 이 규칙을 전자증권법 시행령에 반영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A증권사가 참여한 원장에서 발행된 상품을 B증권사 고객이 기존 계좌로 사려면 B증권사도 해당 원장에 참여해야 한다. B증권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고객은 A증권사 등 해당 원장에 참여하는 증권사에 계좌를 추가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하나의 원장에 여러 증권사가 참여할 수 있어 특정 증권사만 상품을 취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원장에 참여하는 증권사는 고객계좌 관리도 맡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고객의 증권 보유 내역을 기록하는 장부인 ‘고객계좌부’를 개설하지 않은 채 원장에 단순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상품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고객이 어떤 증권을 얼마나 보유했는지 기록·관리할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증권사는 원장에 접속해 정보를 기록·공유하는 시스템인 ‘노드’를 직접 구축·운영하거나 다른 기관이 제공하는 노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다른 참여기관의 노드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대리노드’ 방식도 허용된다. 다만 대리노드를 쓰더라도 고객 실명정보 등이 담긴 별도 장부는 직접 관리해야 한다. 원장의 증권정보를 기록·조회하고, 이를 따로 추출해 보관할 체계도 필요하다.
여러 원장에 나뉜 상품을 취급하려는 증권사는 각 원장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기존 서비스와 연결할지 정해야 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예상 수익, 운영 부담을 따져 참여할 원장의 범위를 결정하는 일이 상품 전략과 고객 편의에 영향을 주는 셈이다. 실제 구축·운영 부담은 노드를 직접 운영할지, 다른 기관의 노드를 이용할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금융위와 예탁원은 원장 간 이전 기술의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이전을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의 법적 권리를 기록하는 장부인 만큼 이전 과정에서 오류가 생기면 실제와 다른 수량의 증권이 거래될 수 있고, 기록을 신속하게 바로잡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예탁원이 이전을 통제하더라도 이전 전후 투자자의 권리가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기술적 안정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제도 시행 이후 원장 간 이전의 안정성이 확인되면 정책방향과 가이드라인을 바꿀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이전을 허용할지, 언제 다시 검토할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증권사는 우선 현재 제시된 구조에 맞춰 상품 취급과 고객계좌 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금융사의 경쟁력도 독자적인 블록체인 보유 여부보다 제도요건을 충족하는 원장 운영, 정형증권의 반복 발행 및 기존 계좌·결제 시스템과의 연계 능력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