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 침해 기업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재 중심의 개인정보보호법 집행을 정보주체의 실질적인 피해회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업자가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등 시정방안을 제시하면 규제기관이 이를 심사해 사건을 종결하는 ‘동의의결제도’를 개인정보보호법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도승 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은 10일 “개인정보 보호 분야에서의 동의의결제도 도입 논의는 규제기관과 기업이 대립적 제재 관계를 넘어 정보주체의 실질적 피해회복과 안전한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함께 협력하는 새로운 규범 질서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개인정보보호법상 협력적 집행모델의 모색: 실효적 피해구제와 규제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동의의결제도 도입’ 공동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세미나는 개인정보보호법학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이 공동으로 개최했다.
김 회장은 “AI와 데이터 경제의 급속한 확산 속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의 발전을 단순히 규제의 강화와 완화라는 이분법적 관점으로만 볼 수는 없다”며 “법 위반과 침해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되 법적 불확실성이 큰 신기술 영역에서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실제 피해 발생 시 신속한 권리회복과 사업자의 자발적 시정을 이끌어내는 집행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징금을 얼마 부과했는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침해된 정보주체의 권리가 얼마나 신속하고 충실하게 회복됐는지”라며 “동의의결제도는 자발적 시정과 실질적 피해구제를 하나의 절차로 결합할 수 있는 유의미한 협력적 법 집행수단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태평양 조경식 고문(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환영사를 통해 “좋은 법 집행이란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시정하고 재발을 방지하며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며 “규제기관과 수범자, 이해관계자가 역할을 나누고 소통하는 협력적 집행모델 논의는 뜻깊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이자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인 신영수 개인정보보호법학회 고문은 전통적인 ‘명령·통제형’ 일방적 법 집행 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업자가 해결책을 제안하고 규제기관이 공익적 적정성을 심사해 공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문제해결형’ 집행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와 동의의결 간에는 강한 기능적 친화성이 존재하지만 공정거래법과 달리 인격적 법익 침해와 피해자의 특정성, 권리 침해의 불가역성 등 개인정보보호법 고유의 특수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며 “단순한 신속 종결이 아니라 정식 제재절차보다 얼마나 더 나은 권리 회복을 이끌어냈는가, 그리고 정보주체의 실질적 참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가 성공의 핵심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김건식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우리나라의 동의의결제도는 부작용 차단에 집중해 지나치게 엄격한 요건과 통제장치를 두다 보니, 예상 제재와의 균형성 요건이나 장기간(평균 300일 이상)의 처리 절차 등으로 인해 제도의 유인이 저하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훈 태평양 변호사는 “사업자가 정식 처분 대신 동의의결을 선택할 실익을 제공하면서도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기계적인 과징금 상응 방안 요구를 지양하고 사안별로 침해된 법익의 성격에 부합하는 유연한 시정방안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태욱 태평양 변호사는 “동의의결은 AI 학습데이터, 온라인 맞춤형 광고 등 사실관계가 복잡한 회색지대에서 소모적 법적 분쟁을 줄이고 알고리즘 변경·외부감사 등 고도화된 기술적 시정조치를 도출하는 데 탁월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고의·중과실’ 요건의 합리적 한정, 실효적 이행관리 위탁 체계 마련 등을 성공적 안착 과제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