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이끈 AI 투자⋯"수익성 의구심·자금악화 땐 급랭 위험" [통화신용보고서]

입력 2026-09-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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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외부자금 조달 급증세…CDS프리미엄 상승 등 경계
"수익화 지연·금융여건 악화 시엔 국내 반도체 등에 직격탄"

국내 수출과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반도체 호황의 핵심 동력인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가 막대한 자금조달 부담과 수익성 의구심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빅테크의 외부차입 의존도가 가파르게 치솟은 가운데, 실제 이익 창출이 지연되거나 금융여건이 악화할 경우 투자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어 국내 반도체 경기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2026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상 '글로벌 AI 투자 현황 및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AI 투자는 컴퓨팅 연산 수요 급증과 미국·중국·EU 등 국가 간 주도권 경쟁에 힘입어 당분간 증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주요 기관들도 빅테크 설비투자(CAPEX) 확대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세는 올해를 정점으로 완만해지겠지만 급격히 둔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글로벌 AI 투자 증가율이 74%(전년 대비)를 기록하고 내년과 2028년 각각 38%, 16%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용평가사인 S&P 글로벌 역시 △2026년 64% △2027년 40% △2028년 21% 수준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장밋빛 전망 이면의 취약성이다. 한은은 향후 반도체 업종이 직면할 최대 리스크로 '수익성 검증' 압박을 꼽았다. 빅테크와 주요 모델 개발사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대규모 인프라 구축 및 운용비용을 상쇄할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고성능 모델 간 경쟁과 오픈소스·저가형 모델 확산이 서비스 가격을 누르고 있는 데다, 전력망 확보 지연 및 데이터센터 가동률 저하 등도 수익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설비투자액 및 글로벌 AI 투자 증가율 전망치 (사진제공=한국은행)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설비투자액 및 글로벌 AI 투자 증가율 전망치 (사진제공=한국은행)

더 큰 뇌관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외부자금 의존도다. 내부 유보금만으로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감당하지 못한 빅테크들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대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금융시장 충격에 한층 취약해졌다. 이 과정에서 오라클 등 일부 빅테크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장부 외 부채'를 양산하는 기형적 자금조달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판매자가 구매업체에 자금을 빌려주는 ‘판매자 금융(vendor financing)’, 그리고 사모펀드 등과 합작 설립한 특수목적기구(SPV)를 통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글로벌 AI 투자는 우리나라 반도체 경기 호조를 견인하는 주된 동력인 동시에 최대 불확실성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은 "부채와 위험이 재무제표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여건이 악화할 경우 잠재된 부실이 일시에 터져 나올 수 있다"면서 "외부자금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실제 수익 창출이 불투명해지거나 금융여건이 악화되면 투자가 예상보다 급격히 둔화될 수 있어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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