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털고 현금화 나선 유진…우리금융 블록딜로 구조화 금융 ‘결실’

입력 2026-09-09 17:03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1400만 주 처분해 4622억 확보…잔여 지분 가치 5000억 넘어
올 초 콜옵션 행사로 지분 100% 흡수…본업 유동성 방어 및 자사주 소각 여력 확보

▲유진그룹 CI. (출처=유진그룹)
▲유진그룹 CI. (출처=유진그룹)

유진그룹이 5년 전 베팅했던 우리금융지주 투자의 회수에 나섰다.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보유하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절반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해 인수금융(차입금)을 전액 상환하고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투자 초기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외부 투자자에 넘겼던 지분을 올 초 콜옵션으로 되사오며 펀드 잔여 지분의 권리를 일원화한 구조화 금융 전략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 이번 거래로 건설 경기 침체로 본업 적자를 겪고 YTN 인수로 현금이 묶였던 유진기업은 물론, 펀드에 함께 출자한 계열사들까지 그룹 전반의 유동성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진기업의 종속회사인 유진더블유 유한회사(유진더블유)는 보유 중인 우리금융지주 보통주 1400만 주를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2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처분금액은 4622억원이다.

이번 거래로 유진더블유는 차익을 실현할거로 보인다. 유진더블유는 2021년 12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던 우리금융지주 지분 4.0%(2912만2421주)를 취득해 그해 결산 장부가 기준 3699억원 규모로 편입한 바 있다. 이번에 매각한 1400만 주의 장부상 취득원가가 약 1778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매각 대금 기준 원금 대비 2800억원 안팎의 처분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매각 대금이 유입되면 SPC의 차입금 부담도 사라진다. 유진더블유가 보유한 인수금융 잔액은 2025년 말 기준 1498억원(전액 유동부채)이다. 처분금액으로 이 빚을 전액 상환할 경우 단순 계산상 3124억원의 매각 대금이 남는다. 다만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펀드 제비용 정산 결과에 따라 실제 출자사들에 분배될 잉여현금은 2000억원 중반 정도로 조정될 것을 추정된다. 확보된 대금의 분배 시기와 방식은 향후 사모펀드 사원총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유진그룹 관계자는 차익 규모와 잉여 현금의 배분 절차에 대해 “차익 규모 등은 내부 투자정보에 해당해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 시점은 총회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절반을 처분하고 남은 지분의 가치도 주목된다. 블록딜 후 유진더블유에는 우리금융지주 주식 1512만2421주(2.06%)가 그대로 남는다. 이번 블록딜 처분 단가 기준으로 환산한 잔여 지분의 시장 가치만 약 5019억원이다. 초기 투자원금과 인수금융 원리금을 회수하고도, 우량 금융지주 지분을 무차입 상태로 남겨두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유진그룹이 설계했던 구조화 금융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2021년 11월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를 통해 기관전용 사모투자펀드(PEF)인 유진더블유사모투자 합자회사를 결성하고, 그 100% 자회사로 투자목적회사(SPC)인 유진더블유를 세워 우리금융 지분을 인수했다. 이후 2022년 4월 유진기업은 초기 자금 부담을 줄이고 리스크를 위험회피(헤지)하기 위해 펀드 출자지분 57.26% 중 선순위 지분 39.89%(700억원)를 새마을금고와 산은캐피탈, 신한캐피탈 등 외부 기관투자가에 재매각(셀다운)했다.

당시 유진기업은 안전장치를 걸어뒀다. 펀드 만기 1년 전부터 만료일까지 해당 700억원의 선순위 지분을 확정 수익 조건으로 다시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주가가 오르고 배당 수익이 누적되자 유진기업은 올해 2월 배당 정산 등을 거쳐 실지급액이 조정된 623억원의 현금을 투입해 콜옵션을 행사하고 선순위 지분을 되찾았다.

이 결정으로 유진기업의 펀드 지분율은 17.09%에서 56.98%로 확대됐고, 유진투자증권(22.79%)과 동양(17.09%) 등 계열사 지분을 합쳐 유진그룹의 펀드 지분율은 97.15%까지 치솟았다. 선순위 투자자에 대한 확정 이자 정산 후 남는 펀드 잔여 매각 차익과 잔여 지분의 권리를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인 유진기업으로 집중시킨 셈이다. 유진기업은 올 상반기 이 같은 사업결합 과정에서만 이미 570억원의 회계상 염가매수차익을 반영하기도 했다.

콜옵션 조기 행사 배경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투자 수익 제고를 위해 기존 계약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블록딜은 본업 부진과 M&A 등으로 유동성이 빠듯해졌던 유진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구조 개선에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유진기업은 건설ㆍ레미콘 전방산업의 장기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유진기업의 별도 기준 매출은 41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73억원으로 적자를 키웠다. 여기에 2024년 종속회사 유진이엔티를 통해 YTN 지분 30.95%를 3199억원에 인수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면서 유동성 부담이 가중된 상태였다. 상반기 말 기준 유진기업의 연결 차입부채는 1조3575억원에 달한다.

향후 유진더블유의 차입금 및 제세공과금 완제 후 남은 순잉여현금이 펀드 감자나 배당을 통해 계열사들로 배분되면 유동성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전 단순 추산 기준으로 펀드 지분율에 따라 유진기업을 비롯해 유진투자증권, 동양 등 각 사에 수백억 이상의 순현금이 쥐어질 전망이다.

유입될 대규모 현금의 용처에 대해 유진기업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며, 현재 특정 용도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회계상 반영 시기와 처분손익에 대해선 “이번 거래에 따른 구체적인 회계상 처분손익과 반영 시점은 관련 회계기준에 따라 결산 과정에서 확정되는 만큼 반영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의 다음 시선은 우리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유진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쏠리고 있다. 우선 과점주주 지위의 향방이다. 유진그룹은 2021년 인수 당시 4% 지분을 확보하며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사외이사 1인을 추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번 매각으로 잔여 지분이 2.06%로 축소되면서, 기존 과점주주로서 행사해 온 사외이사 추천권 등 지배구조상 권리가 그대로 유지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인다.

이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관련 절차 등에 따라 판단될 사항이며, 별도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잔여 지분의 향후 운용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 잔여 지분의 장기 보유 또는 추가 매각 여부와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유진기업 자체의 주주환원 확대 여력도 대폭 커졌다. 유진기업은 현재 발행주식수의 11.35%에 해당하는 자기주식을 보유 중이다. 회사는 정관 개정 및 공시를 통해 임직원 주식보상 약정 물량을 제외한 자사주를 상법상 의무소각 기한인 2027년 8월 말 전까지 단계적으로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주환원 정책 실행 가능성에 대해 그룹 관계자는 “자기주식 소각이나 배당 등 주주환원에 관한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는 관련 절차에 따라 결정될 사항으로 현재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투데이 ‘2027 테크 퀘스트’ 10월 개최⋯대한민국 AI의 미래를 묻다
  • "집 보여주면 돈 내라"⋯공인중개사 '임장비' 법적 근거 논란
  • 뉴욕증시, 유가·국채금리 급등에 하락…브렌트유, 100달러 돌파
  • 애플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실물 모습
  • 이강인 선발 아틀레티코, 리버풀에 역전패…챔스 리그페이즈 경기 결과
  • 베선트 ‘3배 바이백’도 안 먹혔다⋯美 10년물 금리 3년 만에 최고
  • 올해 국산 신약 3개째…한미·셀비온까지 ‘5개’ 채울까
  • 코인거래소에 1조 베팅한 증권가…디지털자산 ‘혈맹지도’ 완성 [증권가 코인 전쟁 ①]
  • 오늘의 상승종목

  • 09.10 11:5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6,270,000
    • -0.62%
    • 이더리움
    • 3,357,000
    • -0.89%
    • 비트코인 캐시
    • 341,800
    • -2.7%
    • 리플
    • 1,889
    • -1.97%
    • 솔라나
    • 138,200
    • -1.71%
    • 에이다
    • 289
    • -2.36%
    • 트론
    • 460
    • -0.22%
    • 스텔라루멘
    • 245
    • -3.9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020
    • -4.76%
    • 체인링크
    • 16,080
    • -4.74%
    • 샌드박스
    • 48.88
    • -6.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