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투자 1·2호 확정 속 '알래스카 LNG' 압박⋯2000억불 한도 초과 우려

입력 2026-09-0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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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가스발전·대형 원전 건설 등 1·2호 사업 윤곽…18일 공식 발표 전망
수익 불투명 알래스카 가스전 참여에 美 강력 요구…한미 간 팽팽한 줄다리기
산업부 "한도 초과 및 연간 송금액 위반 절대 없다"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미국)/로이터연합뉴스

우리 정부의 대미(對美)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 1·2호 사업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미국 측이 '하이리스크'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서며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1, 2호 사업만으로도 이미 합의된 가용 재원의 70% 이상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돼, 자칫 대미 투자액이 당초 약속한 2000억달러 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정치권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비공개 당정 보고를 통해 대미 투자 프로젝트 1·2호 협상 경과를 공유하고 3호 사업으로 거론되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철강 등 주요 수출품의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 협력에, 나머지 2000억 달러는 전략적 투자 펀드를 통해 집행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현재까지 한미 협상을 통해 윤곽을 드러낸 전략적 투자의 핵심은 가스발전과 원전이다.

가장 먼저 본궤도에 오른 1호 사업은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프로젝트다. 당초 이 사업은 198억달러를 투입해 6.4GW(가스터빈 1.4GW, 가스복합발전 5GW) 규모의 발전소를 짓는 계획이었으나, 미국 측이 250억달러로 증액을 요구하며 한때 난항을 겪었다. 결국 양국은 협상 끝에 223억달러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고, 한미 간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 운영 방안에도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2호 사업은 대형 원전 건설로 가닥이 잡혔다. 한미 양국은 미국 현지에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큰 밑그림과 함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방안을 논의해왔으며, 우선적으로 한국수력원자력의 독자 모델인 APR-1400 노형 2기 건설에 합의했다.

원전 1기당 건설 비용이 약 150억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8기 건설로 확대될 경우 최대 12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3호 사업으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한 이 사업은 알래스카 북부 가스전에서 시추한 천연가스를 130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으로 남부 니키스키까지 운송한 뒤 액화해 아시아 등에 수출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만 440억달러에 육박한다.

이 사업의 문제는 수익성이다. 천문학적인 인프라 구축 비용 탓에 상업적 합리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지난해 국회에서 이를 '하이리스크 사업'으로 규정하며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현지 실사단 파견 등 사업 타당성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의 투자금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며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거센 압박은 고스란히 재무적 부담으로 직결된다. 1호 사업(223억달러)과 2호 사업(최대 1200억달러)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합산 금액만 1423억달러로 전략적 투자 가용 재원(2000억 달러)의 71.1%를 소진하게 된다.

여기에 440억달러 규모의 알래스카 프로젝트까지 떠안게 될 경우 미국의 고물가와 높은 인건비, 까다로운 환경 규제에 따른 설계 변경 등 변수를 고려할 때 2000억달러 한도를 훌쩍 넘길 공산이 매우 크다.

설상가상으로 투자 집행 절차를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가 18일 대미 투자 추진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직후 이달 말 약 20억달러 수준의 첫 투자금을 쫓기듯 송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현행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협의 완료 후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 사업을 선정해 통지하면 국내 운영위원회가 45영업일 이내에 심의·의결을 거쳐 투자금을 납부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필수적인 내부 숙의 절차를 생략한 채 미국의 일정에 떠밀려 '졸속 송금'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미국 측의 압박과 무리한 재정 투입 우려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대미 투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투자처나 발표 시점, 첫 투자금 송금 규모와 시기 등은 전혀 확정된 바 없다"며 "한미 양국이 원전 투자 협력 등을 두고 다양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특정 사업이 최종 낙점된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측이 3500억달러를 초과하는 투자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략투자 MOU에 명시된 원칙에 따라 어떠한 경우에도 대미 투자는 총액 2000억달러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며, 연간 송금 한도인 200억 달러 역시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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