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장중 152엔대로 나홀로 강세⋯“전방위 매수 압력”

입력 2026-09-0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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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개입에도 못 넘던 ‘155엔 벽’ 돌파
일은 금리인상 기대·美 엔저 시정 압박 겹쳐

▲일본 국기와 엔화 환율.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국기와 엔화 환율. 게티이미지뱅크

엔·달러 환율이 8일 연일 하락해 달러당 152엔대에 진입하면서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단순한 달러 약세의 결과가 아니라 엔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독보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ㆍ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52엔대를 기록, 이로써 엔화 가치는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후 오후에는 153엔대에 거래됐다. 닛케이는 “4월 말~5월과 7월 일본 외환당국의 엔화 매수 개입 때도 넘지 못했던 ‘155엔의 벽’을 돌파했다”고 진단했다.

엔화는 달러 이외의 주요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8월 말부터 전일까지 엔화는 영국 파운드와 스위스 프랑 등에 견줘 각각 3% 이상 상승했다. 유로화에 대해서는 한때 유로당 177엔대까지 올라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는 이번 달 달러 대비 4% 이상 강세를 보이며 주요 10개국 통화 중 최고의 성과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과 미·일 양국이 엔화 약세 시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 등이 엔화 강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이달 17∼18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포함해 이후연내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달 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엔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며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리소나은행 시장트레이딩실의 나카자토 신스케 어드바이저는 “펀드 세력 등의 엔화 매도 포지션이 되감기고 있다”고 전했다.

7월 말 미·일 공조에 따른 엔화 매수 개입 이후 헤지펀드들은 금리가 낮은 엔화를 팔고 금리가 높은 다른 통화를 사는 ‘엔 캐리 트레이드’ 등의 형태로 엔화 매도 포지션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포지션을 이러한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한 반대매매가 이뤄지면서 엔화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외환트레이딩그룹의 나야 다쿠미 그룹장은 “이전과 달리 전방위적인 엔화 매수 압력이 의식되고 있다”고 알렸다.

과거에도 금리 인상 관측이나 엔화 매수 외환시장 개입을 둘러싼 기대가 개별적으로 부상하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엔화 약세 시정을 향한 강한 발언에 더해 일본 공적연금인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일본 국내 채권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엔화 매수 재료가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르다는 평가다.

나야 그룹장은 “엔화 매도 포지션을 늘려온 시장 참가자들에게는 도망갈 길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시장 전반의 시선도 엔화 강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4일자 보고서에서 “급격한 상승 이후 반락할 위험은 있지만 전술적으로 엔화를 매수할 투자 매력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엔화의 다음 상승 분기점은 달러당 152.10엔 부근이다. 지난 1월 기록한 올해 엔화 최고치로, 외환시장 개입의 전 단계인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미국 당국이 실시한 뒤 기록했던 엔화 강세·달러 약세 수준이기도 하다.

다만 구조적인 엔화 매도 압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 자금외환부의 사카이 모토나리 시장영업과장은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무역수지가 적자로 기울기 쉽다”면서 “해외 증권투자 등 수급 측면에서 엔화 매도가 나타나기 쉬운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엔화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속화 관측도 양날의 검이다. 헤지펀드 호크스브리지캐피털의 다카하시 세이이치로 대표는 “연말에 달러당 150엔 정도까지 엔화가 절상된다면 내년 3월이나 6월에 금리를 인상할지는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이미 일본은행이 약 3개월에 한 번꼴로 금리를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과도한 엔화 약세가 진정되고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됐다는 이유로 금리 인상 관측까지 약해진다면 엔화가 다시 달러당 160엔 방향으로 절하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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