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급망과 첨단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의 불확실성도 일상적 위험이 됐다. 각국이 자국 산업과 기술 보호에 무게를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병해충과 가축질병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고, 이상기상 역시 한 나라의 기술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의 경험과 기술을 연결하고 함께 해법을 찾는 연구협력이 중요하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농업 현안에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각자의 울타리 안에서 쌓아온 성과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국경을 넘나드는 협력의 통로를 넓혀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난 6월, 중국 길림성 연변대학교에서 농촌진흥청과 연변대학교 간 농업과학 기술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학 내 농학원에 협력연구실을 열었다. 양 기관은 공동연구와 연구자 교류, 기술정보 공유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작물 재배, 가축사양, 디지털 농업 등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최근 중국과 농업기술 협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5월 농촌진흥청과 중국농업과학원(CAAS)이 6년 만에 기획회의를 재개해 이동성 해충과 가축질병 대응, 스마트 농기계 실증, 기능성 식품소재, 신품종 개발 등 미래 농업과 직결된 공동연구 방향을 논의했다. 베이징에서 복원된 협력 채널이 이번 연변대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현장 연구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논의로 그쳤던 의제들이 하나둘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옮겨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협력의 결이 한층 단단해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연변은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후·토양 환경도 비슷하다. 고위도 조건에서 작물이 추위에 견디는 힘과 생산성을 확인하고 재배 기술을 실증하기에 유용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협력연구실은 이름뿐인 교류 공간이 아니다. 현지 코디네이터가 상주하며 양국 연구자의 공동 과제를 조율하고 실증을 이어가는 플랫폼이다. 국내 기술을 다른 기후·생산 환경에서 검증한다면 연구 성과가 현장에 도달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실험실 안에서만 검증된 기술은 절반의 완성일 뿐이며, 다양한 환경에서의 실증을 거쳐야 비로소 현장에서 신뢰받는 기술로 거듭난다.
연변에서 스마트농업 현장과 인삼 가공기업, 지역 고유 소인 황우의 사육부터 가공·유통까지 연계한 산업 현장도 직접 살펴봤다. 기술이 생산에 적용되고 가공과 유통을 거쳐 산업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연구의 방향을 다시 생각했다. 좋은 기술의 가치는 연구실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용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협력의 기반을 구체적인 연구로 옮기는 일이다. 올해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특용작물이 추운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지 확인하는 현지 조사를 추진 중이다. 이는 한중 그린바이오 공동연구를 본격화하기 위한 첫 단추로, 내년부터는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실제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식량·원예작물의 신품종과 재배기술, 인삼·특용작물의 환경 적응성 평가, 정밀 사양기술 등 양국이 강점을 살린 연구도 구체화해 나갈 것이다. 연구자 간 교류를 넘어 우리 기술의 현지 실증과 산업화, 우리 기업의 새로운 기회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이러한 성과들이 하나씩 쌓일 때, 협력연구실은 한중 양국의 농업 현안을 함께 풀어가는 든든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국제협력은 한 번의 만남이나 협약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고 약속을 실행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과제를 하나씩 구체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살려 공동의 농업 현안에 해법을 찾고, 연구의 성과가 농업 현장과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연변에서 구체화한 협력을 바탕으로 한중 농업의 성장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