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청 내부와 정치권에서는 재정 비상 상황에서 관사의 가격과 규모를 어떤 기준으로 정했는지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도정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청사 인근에 관사를 마련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했다고 밝혔다.
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6월 도청 인근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12억2000만 원에 계약해 도지사 관사로 제공했다. 추 지사는 취임 직후인 7월부터 이곳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전용면적은 156㎡, 47평형이다.
앞서 추 지사는 8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새로운 공약사업은 커녕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었다. 경기도는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 감액, 일회성·불요불급 사업 정비를 재정 정상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후 1355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기존 세출 5465억원을 줄인 총 42조 2420억원 규모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추 지사는 1일 추경안 제안설명에서 자신의 공약 실천을 위한 신규사업도 2027년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직 내부에서도 비용 절감 조치가 이어졌다. 조직개편과 맞물려 하반기 정기인사가 2027년 1월로 미뤄졌고, 직원 체육대회 참가비 등 일부 복지예산이 감액됐다.
이런 상황에서 관사 계약이 알려지자 도청 직원 익명게시판에는 직원들에게 비용 절감을 요구하면서 도지사 관사에는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랐다.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도 언론 인터뷰에서 복지예산 감액과 정기인사 연기에 이어 관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숫자의 성격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전세보증금 12억2000만원은 세출예산과 다르다. 집행과 동시에 소진되는 비용이 아니라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반환받는 것을 전제로 묶이는 자금이다. 이 금액 전체를 재정 손실이나 예산 소진액으로 보기는 어렵다.
제기되는 문제는 관사의 필요성보다 가격과 규모를 정한 과정에 맞춰져 있다. 다른 주거시설과 비교했는지, 더 적은 보증금으로 도정업무에 필요한 주거여건을 확보할 수 있었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취임 전 알려진 내용과 현재 확인되는 계약 형태에도 차이가 있다.
6월 23일 추 지사가 당선인 신분이던 당시에는 기존 도지사 관사를 이용하지 않고 도청 인근 아파트를 직접 계약해 입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지사 측 관계자는 도정 현안을 상시 살피기 위해 청사와 가까운 사택을 정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옛 도지사 공관인 도담소 사용 여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현재는 경기도가 해당 아파트의 전세계약을 체결해 관사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6월 당시 개인 명의 계약 방침이 이후 도 계약으로 변경된 것인지, 당시 계약 주체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김동연 전 경기도지사의 주거 방식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다. 김 전 지사는 재임 당시 도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전세비용을 개인적으로 부담했다.
정치권에서도 자료 공개 요구가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고준호 전 경기도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관사의 필요성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재정 비상 상황에서 가격과 규모를 결정한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의원은 경기도에 △관사 계약의 정확한 금액과 면적 △가격·규모 결정 기준과 최종 결정 주체 △계약 전 검토한 후보 물건 △소형아파트·오피스텔 등 대체 주거시설 검토 여부 △기존 거주지 출퇴근 등 관사를 사용하지 않는 방안의 검토 여부 등 5개 항목의 공개를 요구했다. 그는 8월 5일 재정비상선언 이후 재정 상황과 책임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경기도는 계약이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원활한 도정 업무 수행을 위해 도청과 가까운 곳에 관사를 얻었으며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 절차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경기도 공유재산관리 조례'에도 도지사 관사가 1급 관사로 규정돼 있다. 관사 제공 자체의 근거는 마련돼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관사 계약과 관련해 위법 사실이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계약 전 검토한 후보 주거시설과 비교기준, 156㎡ 규모를 선정한 과정과 최종 결정 절차에 대한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경기도의회는 18일까지 제393회 임시회를 열고 5465억원 규모 세출 구조조정이 반영된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