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부터 연 10만 가구 이상 착공 목표…개발 역량 집중
전문가 “보상·인허가 병목 못 풀면 분리만으론 공급 확대 한계”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과 주거복지 전담기관으로 분리하고 주택공급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택지개발부터 주택건설까지 개발 기능 전담하는 기관을 만들면 공급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다만 분리 이후에도 LH 전체 부채는 그대로 남는 만큼 개발공사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두 공사 간 재원 이전 구조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재무·재원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공급 확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LH를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와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개발공사는 택지개발·주택건설을, 자산공사는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을 각각 맡는다.
정부는 개발사업과 주거복지 업무를 한 기관이 함께 맡는 현행 구조로는 개발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택지개발과 주택건설을 전담하는 공사를 별도로 세우면 조직과 인력을 공급에 집중하고 의사결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과거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처럼 토지와 주택 기능을 나누는 것과 달리 부지 조성부터 주택 착공까지 이어지는 공급 과정은 개발공사에 일원화한다. 이를 통해 개발공사는 택지 보상과 설계, 발주, 건설에 인력과 사업비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임대자산과 주거복지 업무를 별도 기관에서 관리하면 개발공사의 재무 운용도 신규 주택사업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
LH가 감당해야 할 공급 물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LH는 올해 건설형 공공주택 5만 가구를 착공하고 내년 7만6000가구,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매년 10만 가구 이상을 착공할 계획이다. 2028년부터는 올해의 두 배 이상을 착공해야 하는 만큼, 개발공사의 사업 수행 능력이 정부 공급계획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다만 조직 내부의 의사결정이 빨라지는 것과 실제 착공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주택은 택지 확보와 주민 협의, 보상, 지구계획 및 주택사업 승인, 설계와 발주 등을 거쳐야 한다. 개발공사가 출범해도 지방정부 인허가나 주민 보상 등 외부 절차에 걸리는 기간까지 단축되는 것은 아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LH 분리는 공급 과정 가운데 내부 조직 운영을 개선하는 방안”이라며 “공급 속도를 결정하는 보상과 인허가, 공사비와 시공 역량 등의 문제가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조직을 분리하는 것만으로 공급을 늘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개발공사의 투자 여력을 어떻게 확보할지도 과제다. LH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3조7000억원이다. 임대주택 관련 자산과 부채를 자산공사로 넘기면 개발공사의 재무지표는 개선될 수 있다. 하지만 두 기관이 부담하는 전체 부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한 뒤 기금이 자산공사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주거복지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 운영을 뒷받침하면서도 개발공사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배분 구조를 만드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개발공사가 택지개발과 주택건설로 수익을 내고 자산공사가 임대주택 관련 부채와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라면 두 기관 사이의 자금 흐름을 어떻게 설계할지가 핵심”이라며 “한 기관일 때는 개발 부문의 수익을 임대사업에 활용할 수 있었지만 별도 회사가 되면 이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