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전면에는 ‘30여년간의 긴 기다림, 이제는 마침표!’라는 문구가 걸렸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 백영현 포천시장, 김동일 철원군수가 한자리에 앉았다. 한기호·김용태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경기와 강원, 포천과 철원, 국회가 행정구역과 기관의 경계를 넘어 한 테이블에 앉은 이유는 하나다.
10월로 예상되는 포천~철원 고속도로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포천~철원 고속도로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위한 관계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채택했다. 건의문은 9월 중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가장 강한 메시지는 추 지사에게서 나왔다.
추 지사는 포천~철원 고속도로를 단순한 SOC사업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특별한 희생에 대한 특별한 보상이라는 명확한 원칙 아래 평화지역 주민들의 숙원인 포천~철원 고속도로 건설을 향한 초당적·초광역 연대의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70년간의 안보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못박았다.
예타의 경제성만이 아니라 접경지역이 오랜 기간 감내한 군사규제와 교통소외,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가치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다.
추 지사는 “평화지역 대전환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정책적 당위성을 이번 평가에 충실히 반영해 달라”고 촉구했다.
사업의 체감효과도 숫자로 제시했다.
포천시 신북IC에서 철원군 신철원 일대를 연결하는 왕복 4차로 고속도로로 총연장은 24㎞, 총사업비는 1조3305억원이다.
도로가 연결되면 포천~철원 이동시간은 약 50분에서 15분으로 35분 줄어든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추 지사가 이를 “실질적인 교통 복지”라고 표현한 이유다.
이 사업이 지금의 24㎞로 오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당초 사업안은 40.4㎞, 총사업비 1조9433억원 규모였다. 그러나 비용 대비 편익 등 경제성 문제로 예타 대상 선정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관계기관은 이후 노선을 포천~신철원 24㎞로 압축하고 사업비도 약 1조3300억원 규모로 조정했다. 그 결과 2025년 4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됐다.
40.4㎞에서 24㎞로 줄여 경제성의 문턱을 다시 두드렸고, 이제 마지막 평가에서는 경제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접경지역의 특수성까지 반영해 달라는 것이 이날 공동전선의 핵심이다.
철원과 접경지역에서는 이 도로를 30년 숙원으로 부른다.
사업의 본격적인 행정절차가 시작된 것은 2019년이지만 고속도로 연결 요구 자체는 훨씬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 2022년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반영됐고, 포천시와 철원군은 같은 해 조기 건설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주민 32만명이 참여한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도 이날 “수도권과 강원북부를 연결해 지역균형발전과 평화경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적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철원 구간이 갖는 의미는 두 도시를 잇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세종~포천 고속도로와 연결되면 세종에서 경기북부를 거쳐 강원 철원까지 이어지는 남북 교통축이 확장된다. 정부의 남북 4축에서 남아있던 연결고리를 잇는 셈이다.
도로 한 줄이 관광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철원은 고석정과 주상절리길 등을 중심으로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수도권 접근성은 여전히 제약요인으로 꼽힌다. 접경지역 특성상 각종 규제에 더해 기업 유치와 물류 이동에서도 교통망 부족이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지역에서는 고속도로를 관광객 유입뿐 아니라 기업과 물류, 정주 여건을 바꾸는 기반시설로 보고 있다.
결국 10월 예타의 질문은 ‘차가 얼마나 다닐 것인가’에만 머물지 않는다.
30년 동안 길을 기다린 접경지역의 시간을 국가가 경제성 숫자 밖에서 얼마나 인정할 것인가가 함께 시험대에 오른다.
추 지사가 이날 ‘70년 안보 희생에 대한 보상’을 전면에 꺼낸 것도 이 지점이다.
경기도·강원특별자치도·포천시·철원군은 공동건의문에 △경기북부·강원북부 교통 접근성 개선 △접경·낙후지역 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 △주민 교통편의 증진을 담았다.
이들 4개 기관은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전달한 뒤 10월 예타 평가까지 공동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추 지사는 “포천~철원 고속도로는 단순한 도로 확충을 넘어 평화가 곧 경제가 되는 ‘대한민국 평화경제 신성장 축’을 구축하고 국가 균형발전의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예타에 접경지역의 정책적 특수성을 반영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