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장 상태에서 수천억원대 자금 조달과 투자금 회수가 잇따르면서 기업공개(IPO)의 자금조달·회수 기능 일부가 상장 전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높아진 기업가치는 향후 상장 공모가 산정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면서 대형 IPO의 몸값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이달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준비 중이다. 무신사는 2023년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클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웰링턴매니지먼트로부터 2000억원 이상을 유치하며 3조 원 중반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일부 구주가 기업가치 4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물량이 제한적인 구주 가격을 회사 전체의 시장평가와 동일시하기는 어렵지만, 상장을 앞둔 몸값 눈높이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가 될 수 있다. 앞서 소노인터내셔널은 6월 26일 코스피 예심을 청구했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은 대규모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가 상장 시기를 조절 가능한 여력을 넓힌 사례다. 리벨리온은 올해 3월 국민성장펀드 직접투자 1호를 포함해 6400억원 규모 상장전 지분투자(프리IPO)를 마치며 기업가치 3조4000억원을 인정받았다. 투자 유치 일정과 맞물리면서 IPO 작업 일정을 2~3개월가량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4분기 예심 청구를 목표로 상장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IPO를 통한 추가 자금 조달 필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상장 전에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공모를 서둘러야 할 시급성이 낮아진 셈이다.
투자금 회수(엑시트) 기능도 일부 상장 전으로 이동하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 모회사 메가존은 글랜우드크레딧으로부터 8000억원을 조달해 MBK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보유한 메가존클라우드 지분 일부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72%까지 높였다. 해당 자금은 약 6000억원의 메가존클라우드 지분 담보 대출성 투자와 2000억원가량의 교환사채(EB) 구조로 알려졌다. 메가존클라우드에 성장자금 8000억원이 직접 유입된 것은 아니지만, IPO 전에 기존 재무적투자자(FI)의 회수가 일부 선행된 사례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지난달 31일 네오위즈파트너스로부터 별도의 프리IPO 투자도 유치했다.
문제는 상장 전에 필요한 자금 조달과 투자금 회수가 일부 이뤄져도 프리IPO나 구주 거래에서 형성된 높은 몸값은 결국 공모 과정에서 부담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직전 투자나 구주 거래에서 형성된 기업가치는 법적인 공모가 하한선은 아니지만 이를 크게 밑도는 기업가치로 상장할 경우 기존 투자자의 평가손실과 성장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 발행사와 주관사가 가격을 낮추기도 쉽지 않다.
11월부터 시행되는 사전수요예측은 이 같은 몸값 검증을 앞당길 전망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전 주관사가 기관투자자의 매입 희망 가격과 물량을 미리 파악할 수 있어 비상장 시장에서 형성된 기업가치와 기관투자자의 가격 눈높이 간 격차가 조기에 드러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 전에 자금 조달과 회수 통로를 넓힌 대어들이 그 과정에서 높아진 몸값까지 공모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가 내년 IPO 시장의 관심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