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꿔 돌아온 ‘기본주택’⋯6.2조 보편임대로 부활

입력 2026-09-0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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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선 법 개정 무산에 좌초
홍지선 장관 지명에 속도 전망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한 가구도 공급하지 못한 ‘기본주택’이 새 정부에서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다시 등장했다. 정부가 역세권에 중형 평형의 고품질 공공임대를 짓기로 하고 내년 예산안에 6조2000억원을 처음 편성했기 때문이다. 당시 기본주택 실무를 총괄했던 홍지선 국토교통부 2차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정책 실행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보편형 공공임대 공급에 약 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보편형 공공임대 출·융자 4조7719억원, 보편형 다가구 매입임대 출·융자 5440억원, 보편형 전세임대 융자 9000억원 등이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기존 저소득층 중심의 공공임대에서 입주 대상을 넓힌 주택이다. 소득·자산 기준을 완화해 일반 무주택자와 중산층도 거주할 수 있게 한다. 3기 신도시 역세권과 서울 도심 등 선호 지역에 중형 평형을 짓고 민간 아파트 수준의 설계와 마감재를 적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공임대의 내년 공급 물량은 총 3만6000가구다. 이 가운데 2만6000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택지에 직접 짓는 건설형이다. 전용면적 50~84㎡ 규모로 공급한다. 매입형과 전세형도 각각 5000가구 공급한다. 전체 물량의 절반이 넘는 약 2만 가구는 신혼부부 등 무주택 청년층에 우선 배정한다.

이는 이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기본주택과 유사한 개념이다. 기본주택은 소득과 자산, 나이와 관계없이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적정 임대료를 내고 30년 이상 살 수 있도록 설계한 장기 공공임대주택이다. 경기도는 당시 3기 신도시 역세권 등에 전용면적 74㎡와 84㎡ 등 중형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비슷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7월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국민주택 규모인 25평이나 30평 정도 되는 고품질의 장기 임대아파트를 역세권 중심으로 먼저 건설하는 방향을 내부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도 국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7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고쳐 공공임대 중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주택의 공급 비율 상한을 20% 미만에서 40% 이하로 높였다. 이어 8·13 주택 공급 대책에서 보편형 공공임대 신설을 공식화했다. 기본 거주 기간은 6년이다. 출산할 때마다 기간을 늘려 미성년 자녀가 세 명 이상이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홍 후보자는 경기도에서 이 정책의 원형을 추진했다. 그는 2020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으로 근무하며 기본주택의 법제화와 정부 협의, 사업지 발굴 등을 총괄했다. 2021년 11월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기본주택의 목표는 무주택자는 누구나 과도하게 전세, 또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야 할 필요가 없이 적정한 금액에 안정적으로 본인이 원할 때까지 장기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수단을 보급하자는 것"이라며 "주택이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진짜 주거의 수단으로 하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2021년 구리시 교문동 일대 10만936㎡에 1280가구를 짓는 제1호 기본주택 사업을 추진했다. 3기 신도시 등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확보하는 물량의 절반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들어가는 새로운 공공임대 유형을 만들기 위한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중앙정부의 기금 지원과 공공택지 공급가격 인하 등 재원 조달 방안도 확정하지 못했다. 결국, GH는 2023년 현행법상 기본주택을 계속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국토부가 보편형 공공임대를 정부의 공식 주택 공급 대책에 포함한 데 이어 내년도 예산과 구체적인 공급 목표까지 제시하면서 과거 기본주택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재원과 실행 기반을 일정 부분 확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예산과 LH 물량이 함께 잡혔다는 점에서 과거 기본주택보다 실행 가능성은 커졌다"며 "역세권 토지비와 장기 운영비를 감당하면서도 임대료를 시세보다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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