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후미오 "日 '잃어버린 30년' 원인은 이른 고령화⋯韓·中도 남 일 아냐"

입력 2026-09-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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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BOK-CEPR-OECD 공동 컨퍼런스에서 후미오 하야시(Fumio Hayashi)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교수가 '일본 30년 장기 침체의 근본 원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
▲2일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열린 BOK-CEPR-OECD 공동 컨퍼런스에서 후미오 하야시(Fumio Hayashi)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교수가 '일본 30년 장기 침체의 근본 원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발표하고 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는 정책 실패 등 특수한 이상치(Outlier)가 아니라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특히 한국과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일본보다 더 가파른 고령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어 유사한 장기 성장 둔화를 답습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세계적 거시경제학자인 하야시 후미오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 교수는 2일 한국은행·CEPR·OECD 공동 국제 컨퍼런스에서 '일본의 30년 장기침체의 근본 원인: 여타 성숙경제에 대한 시사점' 제하의 기조연설을 통해 "일본 침체의 근본 원인은 인구 고령화이고 궁극적인 방아쇠는 1950년대 낙태 합법화가 당겼다"면서 "한국과 중국, 대만 역시 급격한 인구 변천을 겪고 있는데 이는 일본을 정확히 30년 뒤따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야시 교수는 1960~1990년과 1990~2020년 두 기간의 성장 회귀식을 분석해 초기 소득 수준과 국가 고유 요인을 제거한 뒤, 고령화 속도(청년 대비 노년층 비율 변화율)가 경제성장률에 미친 영향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일본의 장기 침체는 고령화 속도가 빠를수록 성장률이 둔화되는 일반적인 음(-)의 상관관계 선상에 위치했다. 1950년대 제도 변화 등으로 선진국보다 30년 일찍 인구 전환을 겪은 일본의 저성장이 결코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 압력이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반으로 고스란히 옮겨붙고 있다는 점이다. 하야시 교수의 추정에 따르면 2020~2050년 중 고령화 속도는 홍콩과 한국, 대만, 중국 순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 속도(0.96)는 미국(0.31)의 3배를 훌쩍 웃돌았다.

하야시 교수는 펜 월드 테이블(PWT)과 유엔(UN) 인구전망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2020~2050년 근로자당 GDP 예측치를 공개했다. 그는 회귀분석 기울기(-3.95)를 제시하며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1990~2020년 미국보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앞으로는 막대한 인구통계학적 부담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미국과 중국의 G2 패권 향방 역시 인구 감소가 가를 것으로 봤다. 하야시 교수는 "2020년 전체 규모에서 중국이 미국보다 15% 컸지만, 향후 30년간 미국의 생산가능인구가 9% 증가하는 반면 중국은 9% 감소한다"며 "이 외연적 한계 격차(-19%포인트)로 인해 2050년 중국 GDP는 미국의 73~100% 수준에 그쳐 미국을 온전히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야시 교수는 신현송 한은 총재가 개회사에서 언급한 "인구가 곧 운명은 아니다(Demography is not destiny)"라는 발언을 의식한 듯 "인구 고령화 자체는 숙명이 아닐 수 있지만 이번 전망은 객관적인 UN 인구 예측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제 예측은 그만큼 확실하고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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