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2070년까지 연 소비자물가 0.15%p 낮아져
성장·금리·물가·금융안정 등 통화정책 전반에 하방 압력
"출산율·고령고용·생산성 개혁 시 성장·금리 1%p 방어"

급격한 인구 고령화가 경제 기초체력을 갉아먹으며 실질 균형금리를 1%포인트(p) 이상 끌어내리고, 시중은행 건전성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심층 분석이 나왔다. 통화당국이 경기 침체 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정책 여력이 구조적으로 축소되는 만큼, 금리 인하 등 단기 처방에 의존하기보다 노동·생산성 부문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2일 BOK-CEPR-OECD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초고령화에 따른 통화정책 여건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2045년부터는 일본을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인구 비율 상승분의 약 70%는 출산율 하락에 기인했다.
연구팀이 생애주기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1991년 수준(1.71명, 72.2세)으로 유지됐을 경우를 가정한 2024년 기준 균형 실질금리는 현재 관측치보다 약 1.4%p 높았을 것으로 추정됐다. 급속한 고령화로 자연이자율 자체가 이미 1.4%p나 주저앉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고령층 가구의 소비 감소 영향으로 2025~2070년 중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0.15%p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금융안정부문에서의 경고음은 더 컸다. 연구원이 OECD 7148개 은행의 27년간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구 고령화는 은행권 수익성을 악화시켜 자기자본비율을 낮추고 부도 위험을 높였다. 특히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은행들이 만회를 위해 고위험 투자를 늘려 부동산 중심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금융기관일수록 그 충격이 두드러졌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황인도 금융통화연구실장은 "한국 은행들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다"며 "통화정책 운용 시 이를 각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실질금리 하락은 정책 여력 축소를 뜻하고 성장 둔화와 은행 건전성 약화는 정책 목표 간 상충 관계(트레이드오프)를 심화시킨다"고 짚었다.
한은 연구팀은 출산율 회복, 고령층 고용 확대, 총요소생산성(TFP) 제고 등 전방위적 구조개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황 실장은 "수요 측면의 단기 부양책은 구조적 저성장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고 금융 불균형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출산율이 OECD 평균으로 회복되거나 고령자 고용 확대, 총요소생산성(TFP) 0.5%p 제고 등 3대 구조개혁이 실현되면 향후 50년간 잠재성장률과 실질금리가 연평균 약 1%p 상승해 통화정책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