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안 돼”⋯美서 혐오시설 된 AI 데이터센터

입력 2026-09-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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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민 70% 지역 내 건설 반대

지난해 최소 48개 DC 프로젝트 중단ㆍ지연

막대한 전력ㆍ용수 사용, 소음 등 우려 확산

텍사스ㆍ펜실베이니아州 잇따라 규제 강화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부상

▲미국 오리건주 보드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전경. (보드먼(미국)/AP뉴시스)
▲미국 오리건주 보드먼에 있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 전경. (보드먼(미국)/AP뉴시스)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미국인들의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생성형 AI 확산에 빅테크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 중인 반면 정작 지역 주민들은 전기요금 상승과 막대한 전력ㆍ용수 사용, 소음,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하며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을 뒷받침할 핵심 시설이 미국 곳곳에서 혐오시설로 전락한 셈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이러한 분위기를 인정했다. 경제전문매체 포천(Futune)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적어도 지금은 사람들이 데이터센터를 싫어한다”며 “AI에 대한 여론도 상당히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오픈AI가 올해 컴퓨팅 인프라에 500억달러를 투입하고, 소프트뱅크 등과 최대 5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실제 여론도 냉랭하다. 갤럽이 3월 2~18일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해 5월 공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자신이 사는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8%는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성은 4명 중 1명 정도에 그쳤다. 반대로 ‘강하게 찬성한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갤럽은 미국인들이 추가 데이터센터 건설에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의 중심에는 전기요금과 환경 문제가 있다. 데이터센터는 넓은 부지가 필요한 데다 운영 과정에서 대규모 전력을 사용한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상당한 양의 물도 필요하다. 갤럽은 이 때문에 환경과 지역 전기요금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환경 문제를 우려하는 응답자의 78%가 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데이터센터에 대해 ‘많이 들어봤다’고 답한 미국인 가운데 67%는 데이터센터가 가정의 에너지 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응답도 63%, 인근 주민의 삶의 질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1%였다.

AI 열풍은 미국의 전력 소비 추세마저 바꾸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05~2019년 연평균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20~2025년에는 연평균 약 1.7%씩 증가했다. EI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이 이러한 전력 수요 증가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서버뿐 아니라 발전ㆍ송전망까지 압박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망 부담이 특히 큰 텍사스주는 아예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달 3일 텍사스공공사업위원회(PUCT)와 텍사스전기신뢰성위원회(ERCOT)에 전력망 연결 절차를 밟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전면 재점검하도록 지시했다. 점검이 끝날 때까지 해당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전력망 연결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텍사스 전력망을 사용할 수 없다.

펜실베이니아주도 규제 강화에 나섰다. 조시 셔피로 주지사는 지난달 18일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전력 비용과 환경 보호, 지역사회 참여 등에 관한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주정부의 ‘책임 있는 인프라 개발(GRID)’ 요건을 준수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약정을 체결하고 지방정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GRID 요건은 데이터센터 개발에 따른 에너지 비용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고, 환경 보호와 지역사회 참여,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의 기준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셔피로 주지사는 “데이터센터 개발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과 환경 훼손을 막고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행정명령 서명 당시 “지난 1년간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었다”면서 “데이터센터 개발이 지역사회와 환경, 공공요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쟁은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폭스뉴스가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유권자 다수가 자신의 지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 반대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지역 투자와 세수 확대 등을 주요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과 환경 문제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데이터센터 확대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데이터센터를 거부하는 지역사회가 경제적으로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 중국과의 AI 경쟁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J.D. 밴스 부통령은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면서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부담만 주는 대신 자체적인 전력 공급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갈등이 지역경제와 전기요금을 둘러싼 생활밀착형 정치 이슈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AI 기업으로서는 난제다. 더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수억 명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더 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데이터센터를 늘릴수록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인허가와 전력 확보가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갤럽은 “AI 이용이 확대되려면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센터 건설이 불가피하지만 강력한 지역사회 반대가 미국의 AI 컴퓨팅 인프라 확대에 ‘중대한 장애물(major hurdle)’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민 반발이 풀리지 않을 경우 풀뿌리 반대운동과 법적 분쟁이 확산하고 올해 지방ㆍ주 선거에서도 데이터센터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AI 패권 경쟁의 병목은 최첨단 반도체와 전력 확보를 넘어 데이터센터를 받아들일 지역사회의 동의까지 옮겨가고 있다.

미켈 빌라 데이터센터워치 수석 분석가는 포천과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는 이제 주류 담론의 일부가 됐다”며 “특정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는 지역사회나 이웃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정치 전반의 논의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데이터센터(FDC) 조감도. (사진제공=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개발하는 부유식데이터센터(FDC) 조감도. (사진제공=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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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DB센터 #DB #인공지능 #텍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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