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지출 1.9조 재정 전환·재량지출 38.6조 구조조정

1일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미래·지방·공정·성과를 원칙으로 재정운용 체계를 개편한다. 미래대응기금 신설과 교육교부금 개편, 국정과제 중심의 특별회계·기금 재편, 지방 우대, 조세지출의 재정 전환, 지출구조조정 등이 핵심이다.
정부는 내년 16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한다. 최근 10년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인 6.2%를 웃도는 추가 세수가 주요 재원이다.
기금 가운데 45조4000억원은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한다. 청년 첫 취업 지원과 공공임대주택, 청년미래적금, 인공지능(AI) 개발, 지방미래성장지원금 등이 포함됐다.
12조5000억원은 국채 신규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활용한다. 남은 104조4000억원은 세수 결손이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에 대비한 여유자금으로 운용한다. 정부는 세수 호황기의 과잉 지출과 불황기의 급격한 긴축을 막는 ‘재정 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통제를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미래대응기금은 기금운용계획상 주요 항목 지출액의 30% 범위에서 국회 사전심의 없이 계획을 변경할 수 있다.
특히 일반회계의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전출금은 30% 제한도 적용받지 않는다. 정부가 세수 결손 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30%를 넘어도 국회 사전심의 없이 기금운용계획을 자체 변경할 수 있다. 정부가 마련한 국가재정법 개정안 제70조 제3항 제7호에 담긴 내용이다.
정부는 계획을 변경하면 지체 없이 국회에 통보하고 기존 기금과 동일하게 성과평가와 존치평가를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통보가 사후에 이뤄지는 만큼 대규모 세수 결손을 미래대응기금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국회의 사전 통제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의 최소 적립액과 적정 규모, 존치 기간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04조4000억원의 여유자금은 외부 전문기관에 맡길 계획이지만 목표수익률과 투자 범위, 손실 발생 시 책임과 보전 방식은 관련 법안 통과 이후 확정한다.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은 내년부터 전면 개편한다. 1972년 내국세 수입의 일정 비율을 교육교부금으로 배분하는 구조가 도입된 이후 55년 만이다.
현재는 학생 수가 줄어도 내국세 수입이 증가하면 교부금이 자동으로 늘어난다. 개편안은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도록 했다. 교원과 교육행정직원 인건비 등을 고려해 학령인구 변화율은 35%만 산식에 반영한다.
개편으로 절감한 재원은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에 적립한다. 지방국립대 등록금 지원과 이공계 장학금, 4대 과학기술원, AI 중심대학, 인턴학기제 등 교육·인재 양성 사업에 재투자한다.
정부는 교육교부금 32조5000억원과 지방교부세 30조5000억원, 구직급여 1조4000억원 등을 포함해 의무지출을 기존 제도 유지 때보다 69조원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직급여는 무급휴일을 지급일에서 제외해 지급 기준을 주 7일에서 6일로 조정한다.
국정과제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기 위한 특별회계와 기금도 신설한다. 기금은 기존 67개 가운데 3개를 폐지하고 5개를 신설해 69개로 재편한다. 특별회계는 1개를 폐지하고 2개를 신설해 21개에서 22개로 늘린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에 2조6000억원,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에 1조3000억원을 편성한다. 5극3특 초광역권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균형발전 특별회계에 2조8000억원 규모의 초광역계정도 신설한다. 전략수출금융기금과 자원안보기금에는 각각 1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지방 우대 원칙을 적용하는 재정사업은 올해 7개에서 내년 61개로 확대한다. 지원금 인상과 자부담 인하, 사업물량 확대, 국비 지원율 인상 등의 방식으로 비수도권을 우대한다.
지방국립대 30곳은 의대와 치대, 약대, 수의대를 제외하고 신입생 등록금을 전액 지원한다. K-청년 뉴딜 아카데미 훈련수당은 수도권 월 30만원, 비수도권 월 50만원으로 차등 지급한다.
지방정부가 용도와 사업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포괄보조는 10조6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확대한다. 대상 사업도 121개에서 150개로 늘린다.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통합특별시에는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의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세금 감면을 직접 재정지원으로 바꾸는 작업도 추진한다. 정부는 혼인·출산 세액공제와 대중교통 소득공제, 전기차 구매 세제 혜택 등 17개 조세지출 사업, 1조9000억원을 재정지출로 전환한다.
화합물 반도체와 유전자·세포 치료제 등 고난도 연구개발(R&D)에는 지분투자 방식을 도입한다. 재정지원으로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정부도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다. 주가조작과 담합 등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은 3000억원 규모의 공익신고장려기금으로 통합한다.
재량지출은 역대 최대인 38조6000억원을 구조조정한다. 전체 재정사업의 10%를 넘는 2100여개 사업을 폐지하고 저성과 R&D와 공적개발원조(ODA), 유휴 정보시스템, 관행적인 연구·유지보수비 등을 정비한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요불급한 사업은 감축·폐지했다”며 “경제성장과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재정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