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무더위를 피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단원 김홍도의 작품 22점 가운데 유독 발길을 붙잡은 것은 익숙한 ‘서당’이나 ‘씨름’이 아니라 ‘대장간’과 ‘기와이기’였다. 200여 년 전 조선의 노동 현장을 오늘날의 기준으로 위험성평가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장간’<사진1>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위험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달군 쇳덩이를 망치로 내리치는 작업자 주변에는 불꽃과 쇳가루가 튀지만 오늘날의 보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쪼그려 앉아 숫돌질을 하는 어린 보조공에게는 근골격계 질환과 베임 위험이, 쉴 새 없이 망치질하는 작업자에게는 소음성 난청 위험이 보인다. 뒤에서 풀무질하는 소년공 역시 고온과 분진에 노출돼 있다. 오늘날이라면 국소배기장치와 방진 마스크 등의 보호구는 물론, 휴게시설과 음수대 등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부터 확인했을 것이다.
‘기와이기’<사진2>는 더 아찔하다. 안전난간이나 작업발판 하나 없는 경사 지붕 위에 작업자가 쪼그려 앉아 있고, 아래에서는 기와를 던져 올린다. 지금 기준이라면 추락과 낙하물이라는 중대 위험요인이 한 화면에 집약된 고위험 작업이다. 외부 비계와 안전난간,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고 안전대를 체결해야 하며, 자재를 던져 올리는 방식 역시 달기 로프나 인양기구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현장 내 모든 근로자는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작업 전 안전수칙과 보호구 착용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200여 년 전 화폭 속 노동현장을 현대의 눈으로 위험성평가를 해보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려 마주한 2026년 8월의 노동현장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기록적인 폭염이 내리쬐는 오늘날의 건설현장 역시 여전히 위태롭다. 떨어짐이나 맞음 같은 익숙한 사고 위험에 더해, 극심한 무더위 속 온열질환이라는 치명적인 위험까지 노동자들을 덮치고 있다.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서 200여 년 전의 노동현장을 바라보며, 오늘 우리에게도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 일터에서 무엇이 위험한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위험은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볼 때다.
장정화 J&L인사노무컨설팅 대표·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