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진 매대·돌아온 고객…회생 앞둔 홈플러스 '운명의 주말' [르포]

입력 2026-08-2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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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고객 발길 이어져…신선식품 매대엔 상품 '빼곡'
공익채권 동의율 58.1%…상품공급 채권자 62.4%

▲29일 홈플러스 금천점 과일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29일 홈플러스 금천점 과일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예전처럼 꽉 찬 건 아니지만 많이 나아졌네요.

29일 서울 홈플러스 금천점. 주말을 맞아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이 카트를 밀며 매장 안을 오갔다. 계산대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늘어섰고 신선식품 코너에서는 과일과 채소를 고르는 손길이 이어졌다. 과일 판매대에는 선물용 상자가 빼곡하게 쌓였다.

불과 얼마 전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정상 영업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매장이라고는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매대에는 다시 상품이 채워졌고 고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곳곳에는 '홈플 이즈 백(is BACK)'이라는 안내판이 눈에 띄었다.

특히 신선식품 매대에는 상품이 비교적 풍성하게 채워져 있었다. 채소 코너 냉장 진열대에는 대파와 버섯, 양배추 등이 들어찼고 과일 코너에도 복숭아와 사과 등 제철 과일이 쌓여 있었다. 냉장식품 코너에서도 고객들이 카트를 세워놓고 상품을 고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홈플러스 금천점을 자주 찾는다는 김 모 씨(40대)는 "예전보다 손님도 물건도 많이 줄기는 했다"면서도 "한때는 매대에 물건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채워졌다. 그때와 비교하면 매장 분위기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최근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발길을 붙잡고 있는 영향도 컸다. 한우와 한돈 등 주요 신선식품을 할인 판매하면서 매장을 찾는 고객이 이어졌다. 당장 매장의 영업만 놓고 보면 홈플러스가 처한 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매장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랐다. 일부 냉장·냉동 매대에는 상품이 듬성듬성 놓여 있었다. 상품 대신 빈 공간이 길게 이어진 진열대도 있었고 넓은 판매대 한쪽에 몇 종류의 상품만 모아놓은 곳도 눈에 띄었다. 고객들이 북적이는 신선식품 코너와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29일 홈플러스 금천점 채소 코너에 각종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29일 홈플러스 금천점 채소 코너에 각종 채소가 진열돼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입점업체가 빠져나간 자리에서는 위기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의류 매장 한 곳은 이미 상품을 모두 빼낸 상태였다. 텅 빈 진열대와 옷걸이, 마네킹만 남았고 한쪽에는 철수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종이 상자가 쌓여 있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 뒤편에서 점포가 하나씩 비워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매장의 불을 계속 켤 수 있느냐다. 홈플러스의 운명은 이제 공익채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27일 기준 공익채권 분할상환에 동의한 개인·기관 채권자는 9571곳으로 동의율은 58.1%다. 상품공급 채권자의 동의율은 62.4%, 임직원은 87.2%다.

공익채권은 밀린 급여와 퇴직금, 납품업체에 지급하지 못한 상품대금 등 약 93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납품대금만 50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이 인가될 경우 공익채권을 3년 안에 전액 변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채권자들에게 분할상환 동의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납품업체들의 시선은 복잡하다. 당장 받아야 할 상품대금을 수년에 걸쳐 나눠 받는 데 동의해야 하는 데다 부동산 매각대금이 신탁담보채권 상환에 먼저 사용되는 데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추가적인 동의를 얻지 못해 회생절차가 종료되고 파산 절차로 전환될 경우 채권 상환율이 낮아지고 상환기간이 늘어나면서 채권자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는 공익채권자들에게 3년 내 공익채권을 100% 변제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홈플러스가 공익채권 대신 부동산 신탁담보채권을 먼저 상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을 두고는 "법률상 담보가 설정된 부동산 매각대금은 신탁담보채권자의 대출금을 우선 상환하게 되어 있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29일 홈플러스 금천점 냉장식품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29일 홈플러스 금천점 냉장식품 코너에서 고객들이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박선현 기자 sun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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