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분히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관절통이나 피부 발진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과로나 피부질환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과 탈모, 구강 궤양, 혈액검사 이상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전신홍반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SLE)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자신의 정상 조직을 공격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증상이 피부와 관절에 그치지 않고 신장, 폐, 심장, 뇌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하게 나타나 ‘1000가지 얼굴을 가진 병’으로도 불린다. 환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여성 환자의 비율이 약 80~90%에 달하며, 주로 10~40대 가임기에 발병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호르몬, 면역체계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적인 피로감과 미열, 관절통, 근육통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 감소와 탈모, 빈혈, 백혈구 감소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피부에서는 양쪽 볼과 콧등을 가로질러 붉게 나타나는 ‘나비 모양 발진’이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모든 환자에게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햇빛 노출 후 피부 발진이 심해지는 광과민성 반응이나 반복되는 구강 궤양으로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고 여러 진료과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이다. 피부 발진으로 피부과를 찾거나 관절통으로 정형외과를 방문하고, 빈혈이나 혈액검사 이상으로 다른 진료를 받는 과정에서 루푸스 진단이 수년간 늦어지는 사례도 있다.
젊은 여성에게 피부 발진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관절 부기, 혈액검사 이상이 나타나고 일반적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루푸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루푸스는 한 가지 검사만으로 확진하지 않는다. 환자에게 나타난 증상과 진찰 소견, 혈액·소변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일반적으로 항핵항체(ANA) 검사를 우선 시행하고 양성인 경우 루푸스와 연관된 질환 특이 자가항체 검사를 추가한다. 신장 등 장기 침범이 의심되면 소변검사와 초음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조직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치료 목표는 완치보다는 염증을 억제해 증상을 안정시키고 장기 손상을 예방하는 데 있다. 피부 발진이나 경미한 관절염에는 항말라리아제와 저용량 스테로이드 등을 사용한다. 신장이나 폐, 심장, 뇌 등 주요 장기를 침범했다면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환자 상태에 맞춰 활용한다.
이영호 고려대학교안암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루푸스를 비롯한 자가면역질환은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질환 활성도를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약물치료와 함께 꾸준한 생활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환자의 상태에 맞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은 피로감을 줄이고 신체 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며, 균형 잡힌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는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를 통해 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