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생산라인 가동률 100% 넘어…주문 이월까지
2교대·외주·자동화 총동원…제조 공급망 확충 속도

K뷰티 수출 호황이 화장품 제조·용기업계의 증설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해외에서 급성장한 국내 브랜드들이 생산 대부분을 외부에 맡기면서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용기 업체로 주문이 몰린 영향이다. 제조 공급망이 본격적인 투자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본지가 주요 화장품 관련 상장사 9곳(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한국콜마·코스맥스·에이피알·실리콘투·코스메카코리아·달바글로벌·펌텍코리아)의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코스맥스와 코스메카코리아, 펌텍코리아의 연결 기준 ‘건설중인 자산(construction in process)’은 지난해 말 1121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278억원으로 103.2% 증가했다. 반년 동안 늘어난 금액만 1157억원에 달한다.
건설중인 자산은 공장이나 생산설비가 완성돼 유형자산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투입된 금액이다. 투자계획 발표를 넘어 실제 집행에 들어간 설비투자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다.
증설을 주도한 곳은 화장품 ODM업체다. 코스맥스의 국내 화장품 생산능력은 2024년 연간 7억8000만개에서 지난해 10억2051만개로 30.8% 늘었다. 올해는 평택1공장 증축·신축 계획을 확대하고 6동 증축 투자를 구체화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중인 자산은 지난해 말 98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924억원으로 944억원 증가했다. 이는 3개사 전체 증가분의 80%를 웃도는 규모다.
코스메카코리아도 같은 기간 건설중인 자산이 107억원에서 22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지난해 5월 청주에 신규 생산기지를 가동한 데 이어 올해 올해 6월에는 한솔테크닉스가 보유한 충북 청주 오창 소재 공장을 640억원에 인수했다. 자체 증설에 공장 인수까지 더하며 제조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화장품용기업계도 생산 확대에 나섰다. 펌텍코리아는 지난해 4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추가 증설에 나섰다. 6공장을 새로 짓는 동시에 7공장 부지도 확보하고 있다. 6공장 건물 투자액은 94억원으로, 6월 말 기준 공정률은 54%다. 7공장 부지 매입에는 196억원을 투입한다.
제조업체들의 투자 확대는 수출 브랜드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에이피알의 올해 상반기 수출은 1조232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출액 1조2258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에이피알은 화장품 생산시설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코스맥스 등 외부 제조사에 생산을 맡긴다. 브랜드 매출이 증가하면 ODM업체의 주문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달바글로벌 역시 상반기 매출 3581억원 가운데 2592억원을 해외에서 거뒀다. 수출 비중은 72.4%에 달한다. 달바글로벌도 자체 공장 없이 비앤비코리아와 한국콜마 등에서 전량 외주생산하고 있다. K뷰티 시장을 이끄는 신흥 브랜드의 성장이 제조 공급망의 설비투자를 자극하는 셈이다.
생산라인이 기존 능력을 넘어 가동되는 사례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오산 스킨케어 공장 가동률은 103.2%, 메이크업 공장은 101.5%였다. 자회사 코스비전의 대전 스킨케어 생산라인 가동률은 126.3%에 달했다.
신규 공장이 실제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업체들은 우선 기존 생산라인의 효율을 끌어올려 늘어난 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 ODM업체는 2교대를 도입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했으며 제조·충전·포장 공정은 외부 전문업체와 분담하고 있다. 인력 부담을 줄이면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자동화도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이 같은 방식만으로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추가 증설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미국 아마존 중심이던 K뷰티 수요가 유럽과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산하면서 주문이 특정 시기나 채널에 집중되는 현상도 약해지고 있다"며 "판매 국가와 채널이 다양해질수록 ODM과 용기 업체의 생산능력 확대도 일시적인 투자가 아닌 중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