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회 불법촬영에도 ‘초범’ 참작⋯“양형기준 엄격 적용해야”

입력 2026-08-2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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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부, ‘젠더폭력 양형기준 포럼’ 개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뉴시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 (뉴시스)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양형 과정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이나 형사공탁이 가해자의 감형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양형기준에 명시되지 않은 요소까지 사실상 감경 사유로 활용되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기준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성평등가족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판사·검사·변호사와 학계·피해지원 현장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젠더폭력 양형기준 포럼’을 개최했다. 젠더폭력의 특성과 피해 정도가 실제 양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한민경 경찰대 행정학과·치안대학원 범죄학과 교수는 ‘법원의 젠더폭력 사건 양형기준 적용 실태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 교수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 20일까지 선고되거나 언론에 보도된 젠더폭력 사건 등을 분석한 결과 △처벌불원·합의의 지나친 강조 △가해자에 대한 온정적 정상참작 △피해 정도와 피해자의 취약성 간과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교수는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이 특별양형인자 감경요소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지 약 15년이 지났지만 2009년 성범죄 양형기준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처벌불원이 감경요소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분석 사례에서는 범행의 중대성이나 피해자의 취약성에도 피해자와 합의한 뒤 항소심에서 실형이 집행유예로 바뀐 경우가 확인됐다. 형사공탁 역시 사실상 감형 요소로 활용됐다. 성범죄 양형기준에는 공탁이 감경요소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피해자가 공탁금 수령을 거부했는데도 법원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사정으로 일부 참작한 사례도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에서도 양형기준과 실제 적용 사이의 괴리가 나타났다. 현행 기준상 ‘형사처벌 전력 없음’은 불특정·다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피해자 17명을 17차례 불법촬영한 사건에서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다’는 점이, 29명을 상대로 155차례 촬영한 사건에서도 ‘초범’이라는 점이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됐다.

양형기준에 없는 ‘촬영물이 유포되지 않았다’는 점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됐다. 한 교수는 범행이 적발되고 촬영기기가 압수돼 결과적으로 유포되지 않은 것을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이에 따라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서 ‘처벌불원’을 삭제하고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공탁 포함’ 문구 역시 삭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고 형량 범위를 재설정하고 범죄행위와 무관한 가해자 개인 사정이 감경요소로 적용되는 것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형사처벌 전력 없음(초범)’ 엄격 적용 △‘유포·반포되지 않음’ 및 ‘영리 목적·경제적 이득 없음’의 유리한 사정 해석 배제 △‘인적 신뢰관계 이용’ 예시에 교제·배우자 등 친밀관계 포함 △동종 전력이 있는 경우 집행유예 선고 배제 등을 제안했다.

성평등부는 이날 포럼에서 제시된 법조계와 학계, 피해지원 현장의 의견을 관련 연구 결과와 함께 검토해 향후 젠더폭력 대응 정책과 제도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젠더폭력은 피해자의 일상과 삶에 장기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범죄의 특성과 피해의 정도가 법원의 양형 과정에서도 충분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사법적 대응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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