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9차례 협의에도 합의 불발…공식 협의체 구성은 아직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둘러싸고 유통업계와 소상공인업계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1만원 이하 신선식품 판매 제한과 1000억원 규모 상생기금 조성 등이 상생방안으로 거론됐지만 유통업계가 난색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소상공인단체는 새벽배송 허용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24일 관가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연초부터 소상공인단체를 만나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해 왔다. 이후 관련 내용을 산업통상부 등과 공유했고, 산업부가 대형유통업계의 의견을 조회했다.
거론된 방안에는 △새벽시간 농·축·수산물 단일품목 1만원 이하 판매 제한 △매년 100억원 이상, 총 1000억원 규모 상생협력기금 조성 △전통시장·소상공인에 대형마트 상품을 도매가로 공급 △전통시장 인근 기업형슈퍼마켓(SSM) 신규 출점 제한 등이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소상공인업계와 대형유통업계의 입장 차이는 크다.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새벽배송 허용이 골목상권과 중소유통업체의 경쟁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가 이어진다. 반면 대형유통업계에서는 신선식품 판매 제한과 상생기금 조성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기부는 현재 거론되는 방안이 확정안이나 검토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협의되거나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논의는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는 2022년 대·중소유통 상생협의회를 출범시키고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등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대형마트 영업제한시간과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공동 노력하고 중소유통의 디지털 전환과 물류 개선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약 9차례 협의에도 구체적인 상생방안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당시에도 온라인 배송 허용과 함께 상생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하고 월 2회 의무휴업을 규정한다. 올해 들어 영업제한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법 개정 논의가 다시 진행되면서 상생 문제가 재차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측은 24시간 배송이 가능한 이커머스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규제 완화를 요구해 왔다. 반면 소상공인업계는 규제 완화가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중기부는 올해 2월 온라인 배송 허용 추진과 함께 대·중소 유통업계 상생방안을 포함한 유통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법 개정과 상생방안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기부는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힌 뒤 중소유통업계와 대형유통업계가 직접 상생방안을 논의하는 공식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로드맵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유통과 대형유통이 서로 이야기하면서 요구 조건과 수용 가능한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양측의 간극을 좁힌 뒤 공식적인 협의의 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