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없고, 돈 없으면 축구 못 해”⋯혁신위가 마주한 현장 숙제

입력 2026-08-20 10:25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 (연합뉴스)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경기 운영과 선수 육성을 넘어 입시ㆍ학업 제도, 여자축구, 지도자와 심판 육성, 팬 문화, 인프라ㆍ예산, 대한축구협회의 신뢰 회복까지 축구 생태계 전반을 함께 손봐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K-축구 혁신위원회(혁신위)는 19일 오후 충남 천안 코리아풋볼파크 스타디움 1층 대강당에서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지성 공동위원장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겸 공동위원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혁신위원 9명이 전원 참석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선정한 학부모 24명, 선수 15명, 지도자 23명, 시도협회 및 연맹 관계자 11명, 축구 팬 7명 등 80여 명도 자리해 유소년 축구 발전을 비롯한 한국 축구 현안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행사 전 과정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박 위원장은 “혁신위를 하면서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결국 앞으로 어떻게 한국 축구를 이끌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그걸 토대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많은 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경청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발언하는 박지성 위원장. (연합뉴스)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발언하는 박지성 위원장. (연합뉴스)

당초 유소년 선수 육성 방안을 중심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논의는 한국 축구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 전반으로 확장됐다.

먼저 현장 지도자들은 경기 수와 운동장 부족을 짚었다. 이현우 서울 신림중학교 감독은 “고학년은 10경기를 배정받고 저학년은 1년에 세 경기를 배정받는다”며 “30년 전 우리가 중학교 때 했던 경기 수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류성현 서울 노원 FC한마음 감독은 “일단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운동장이 없다”며 “학교 운동장과 국가에서 운영하는 야외 체육시설은 영리 목적 사용 불가라는 조항에 막혀 사용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회 시기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이주한 과천초등학교 감독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전국대회가 많이 치중돼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의 안전과 경기력 저하”라며 “1ㆍ2월과 7ㆍ8월에 치중된 전국대회가 지역과 기후에 따라 학기 중인 봄과 가을로 나뉘면 훨씬 더 아이들의 부담이 적어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학교 제도와 입시가 선수 성장과 충돌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순호 서울 경신고등학교 감독은 “협회에서 해줘야 할 일은 학생들의 공백기를 줄여주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축구가 한참 늘어야 할 9ㆍ10ㆍ11월에 모두 공백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반대로 고등부 현장에서는 고3 선수들에게 전국대회와 리그, 대학 진학 일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부하가 생긴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저학년은 경기 기회가 부족한 반면 진학을 앞둔 고3은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승호 용문고등학교 감독은 자유로운 선수 이적이 지도 현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지적했다. 최 감독은 “선수를 혼내면 집에 전화한다. 팀 바꾸겠다고. 그러면 그 선수는 다음 주에 다른 팀에 가서 경기를 뛰고 있다”며 “이적이 자유로우니까 선생님이 선수들 눈치를 보게끔 돼 있다”고 우려했다.

▲<YONHAP PHOTO-4014>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    (천안=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19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축구 현안 및 유소년 육성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6.8.19/2026-08-19 14:45:40/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 (연합뉴스)
▲<YONHAP PHOTO-4014>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 (천안=연합뉴스) 변선진 기자 = 19일 충남 천안시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축구 현안 및 유소년 육성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6.8.19/2026-08-19 14:45:40/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 (연합뉴스)

여자축구를 남자축구와 동일한 틀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한 여자고등학교 축구선수 학부모는 “여자와 남자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육성 방법이나 지도 방법이나 전체적인 시스템 자체가 남자하고는 전혀 다르다”며 “지금 여자축구의 가장 큰 위기감은 팀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자축구 원로 지도자도 “남자축구만이 아니라 여자축구도 발전할 수 있는 대책과 방안, 발전 계획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심판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지도자 자격 제도 역시 개선 과제로 거론됐다. 배대 달성군청 유소년축구단 감독은 국가스포츠지도사 자격 제도를 두고 “아시아축구연맹(AFC) B급 이상의 자격증을 갖추고 있거나 10년, 20년 이상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도해 온 지도자들은 이미 충분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현장에서 검증된 축구 지도자의 전문성과 경력을 함께 인정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팬들은 혁신의 범위를 남자 국가대표팀에 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 대전하나시티즌 팬은 “한국 축구에는 남자 국가대표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소년 축구도 있고 여자축구도 있고 K리그도 있다”며 “1년에 한 번이든 2년에 한 번이든 지도자, 선수, 심판, 팬 등 각 그룹별로 지속적인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세부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재정과 인프라 문제도 핵심 의제로 올랐다. 이동진 울산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저변은 많이 확대됐고 많은 클럽이 생겼지만 사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운동장 사용료도 전부 학부모 부담으로 되고 있다. 돈이 없어서 축구를 못 시키는 환경이 앞으로 분명히 일어난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의견 듣고 있는 유승민 위원장. (연합뉴스)
▲K-축구 혁신위원회 경청회에서 의견 듣고 있는 유승민 위원장. (연합뉴스)

유 위원장은 유소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은 한 2만5000명이고 K리그1ㆍ2 선수들은 1100명 정도”라며 “유소년에 좀 더 집중해서 투자해야 한다. 미래 10년, 20년을 바라보고 유소년에 직접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이날 현장에서 나온 의견을 단편적인 제도 보완에 그치지 않고 한국 축구의 장기적인 구조 개편 논의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축구협회가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며 “오늘 처음 들은 이야기도 있을 만큼 다양한 의견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최 장관도 경기 공백과 입시제도, 경제적 부담, 혹서ㆍ혹한기 대회 등 현장에서 제기된 문제를 언급하며 “현실성이 없거나 현실을 막고 있는 여러 낡은 규정들을 고치는 일도 해야 한다”며 “하나하나 세밀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모더나·MSD ‘맞춤형 mRNA 암백신’ 3상 성공…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 기대
  • 트럼프 "북한 핵무기 57개" 발언 파장⋯WSJ "북미회담 성격 크게 달라질 것"
  • 뉴욕증시, 美국채금리 하락에 상승…금값, 3% 가까이 급등 [글로벌마켓 모닝 브리핑]
  • 미국 국가부채 사상 첫 40조달러 돌파…고금리·이자비용 ‘둠루프’ 우려 [상보]
  • 전국 다시 찜통더위⋯남부 최대 60㎜ 소나기 [날씨]
  • 첫 경기·첫 골·첫 승…이강인 완벽한 데뷔
  • “안 싸우는 게 상책”…목동 재건축, 수주전 실종
  • 美 전력망 투자 슈퍼사이클⋯K-전력, 183조 기회 열린다[美전력시장 정조준]
  • 오늘의 상승종목

  • 08.20 11:12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008,000
    • +6.3%
    • 이더리움
    • 3,124,000
    • +16.35%
    • 비트코인 캐시
    • 294,400
    • +3.37%
    • 리플
    • 1,534
    • +9.49%
    • 솔라나
    • 117,600
    • +9.19%
    • 에이다
    • 256
    • +5.35%
    • 트론
    • 460
    • -1.29%
    • 스텔라루멘
    • 237
    • +9.2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860
    • +7.95%
    • 체인링크
    • 14,490
    • +8.62%
    • 샌드박스
    • 57.16
    • +5.4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