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정여건 미·일보다 낫지만 보험사 수요 감소·초장기 공급 부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 장기금리가 급등(채권 약세)하면서 원화 국고채 금리도 끌려 올라가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그간 박스권 상단으로 여겨졌던 4.5%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9일 채권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글로벌 금리 상승은 주로 장기·초장기물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이란 갈등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우려에다,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공통 요인이다. 여기에 각국별로 중앙은행 양적긴축(QT)과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
국내 역시 확대재정에 따른 재정 부담과 초장기물 수급 불균형이 겹치면서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7월에 이은 8월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리 상승은 해외 장기채 금리 급등에 연동된 부분이 크다. 미국과 일본, 독일 모두 재정적자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의 가장 큰 이유”라며 “국내도 초장기물 위주로 단기물과의 금리차가 과격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호조로 재정수입이 늘고 있지만 경기부양 지출이 이어지면서 국채 발행 부담이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주요국과 같이 수입은 없는데 지출을 늘려야 하는 최악의 구조는 아니나 근본적으로 다른 나라와 똑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 수요 확대에 맞춰 30년물 발행을 늘려왔다. 반면, 최근 보험사 수요가 빠르게 소멸된 상황에서 정부가 이에 맞춰 공급을 줄이지 못한 것도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미국채 금리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적지출 확대에 따른 회사채 발행과 재정적자 부담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세수가 많아 내년 국채 발행량이 줄어드는 방향이다. 장기국채 수급환경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고10년 금리가 4.5%를 넘길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 비해 장기채 투자환경이 나쁘지 않아 매수에 매력적인 구간으로 여길 것”이라며 “장기금리 상승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양적긴축과 재정적자 확대, 일본은 보험사 수요 감소가 초장기금리를 밀어올렸다. 한국 역시 보험사 수요 급감과 공급간 미스매치가 누적됐다”며 “단기엔 4.5%가 지켜질 수 있겠지만, 내년 상반기 터미널레이트(한국은행 최종 기준금리 수준) 3.50%를 가정할 경우 올 4분기쯤 4.7%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예 상단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펀더멘털보다는 규제에 따른 수급이 금리를 결정하는 시장”이라며 “장기투자기관이 장기국채를 담기 어려운 상황에서 30년물이나 10년물 금리 상단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위를 열어두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