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미 투자 집행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추가 관세 가능성과 통상교섭본부장 공백까지 겹치면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긴급 방미에 나섰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오전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달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 참석 이후 약 3주 만으로, 당초 예정에 없던 방미 일정을 통상 현안 대응을 위해 급히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의의 최대 현안은 3500억달러(약 49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가 될 전망이다. 한미는 지난해 한국의 대규모 투자를 전제로 미국이 상호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지만, 이후 투자 실행 속도를 놓고 미국 측의 조기 이행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투자 패키지의 첫 사업으로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을 검토하며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해왔다. 당초 연내 1호 프로젝트를 확정한다는 일정이지만, 미국이 보다 신속한 사업 착수를 요구하면서 투자 시계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미국 측이 대미 투자 이행을 핵심 경제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도 잇따르고 있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는 14일 외교부 장관을 제외한 정부 각료 가운데 김 장관을 가장 먼저 만나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 김 장관의 이번 방미 역시 투자 프로젝트의 실행 계획을 구체화하는 데 상당한 비중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미 투자와 함께 관세 리스크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은 이달 말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진행한 과잉생산 관련 조사 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한국산 제품에 강제노동 관련 12.5%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추가 조치가 현실화하면 지난해 양국이 합의한 15% 관세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한미 통상 당국 사이에 관세 부담을 15% 이내에서 관리한다는 인식이 공유돼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이 투자 집행 속도를 지속해서 문제 삼고 있는 만큼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이 향후 관세 협의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한국산 자동차 등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높이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내놓으며 한국의 투자 이행을 압박한 바 있다. 투자 약속의 실행 여부가 양국 통상 관계에서 지속적인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통상 협상 지휘부의 공백은 또 다른 부담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직권면직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면직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으며 한미 관세 협상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미 협상을 총괄해온 통상교섭본부장 자리가 비었다는 점이다. 산업부는 박정성 통상차관보를 중심으로 비상 업무 체계를 가동해 협상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이번 방미에서 대미 투자 이행과 추가 관세 대응을 동시에 조율하는 한편 통상교섭본부장 공석 이후 한국 측 협상 체계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투자 약속의 실행과 관세 방어가 맞물린 상황에서 이번 방미가 향후 한미 통상 협상의 분기점이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