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섭 ‘글로벌’·허선호 ‘WM’…전문성 살린 역할 분담
해외법인 최대 실적·연금 80조…‘미래에셋 3.0’ 가속

증권사 한 곳의 분기 순이익이 은행·카드·보험을 거느린 대형 금융지주를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 2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신한·하나·우리금융을 앞질렀고 국내 최대 금융지주인 KB금융까지 바짝 추격했다. 이 같은 성과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의 서로 다른 전문성과 역할 분담이 맞물린 결과다. 김 대표가 글로벌 사업에서 외연을 넓히고 허 대표가 자산관리(WM)·연금에서 고객 기반을 키우면서 서로 다른 두 성장축이 동시에 힘을 냈다. 각자대표 체제 출범 3년 차,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사의 경계를 넘어 주요 금융지주를 순이익으로 앞서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90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4%, 전분기 대비 90.2% 증가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지난 1분기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두 분기 연속 1조 클럽을 달성했다.
금융권 전체와 비교하면 이번 실적의 의미가 더 선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은 KB금융(1조9922억원)과의 격차를 870억원까지 좁혔고 신한금융(1조8201억원), 하나금융(1조1928억원), 우리금융(1조46억원) 등 3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모두 앞질렀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2조90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늘었고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9.5%까지 뛰었다.
현재의 투톱 체제는 2023년 말 자리 잡았다.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10월 김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허 대표를 추가 선임하면서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 체제를 공식 출범시켰다.
두 사람의 경력은 뚜렷하게 갈린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을 대표하는 ‘글로벌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싱가포르·브라질 법인 대표와 글로벌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해외법인 설립과 신규시장 진출을 경험했고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글로벌X 인수에도 참여했다.
허 대표는 WM 전문가다. WM사업부 대표 등을 거치며 자산관리와 리테일,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이끌었다. 김 대표가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넓혀왔다면 허 대표는 고객자산과 연금을 장기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드는 데 힘을 실어왔다.
서로 다른 전문성을 결합한 것이 각자대표 체제의 특징이다. 해외사업에서는 성장성을 확보하고 WM·연금에서는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쌓는 구조다. 올해 2분기에는 두 사람이 맡아온 사업축이 동시에 성과를 냈다.
해외법인의 2분기 세전이익은 6091억원으로 1분기 2432억원보다 약 150% 증가했다. 글로벌 사업 진출 이후 최대 규모다. 해외법인 ROE는 24.8%를 기록했고 연결 세전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약 24%까지 높아졌다.
이익 기반도 넓어졌다. 미국이 해외법인 이익의 37%를 차지했고 홍콩 35%, 런던 18%, 인도 5%가 뒤를 이었다. 미국과 홍콩 중심이던 수익원이 유럽과 인도 등 주요 해외 거점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허 대표가 키워온 WM과 연금도 빠르게 성장했다. 연금자산은 지난 6월 국내 증권업계 최초로 80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 51조5300억원, 개인연금 28조5800억원이다. 올해 들어 새로 유입된 연금 고객도 43만명에 달했다.
외형 확대는 수익으로도 이어졌다. 2분기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은 625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6% 늘었고 금융상품판매 수수료 수익은 131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트레이딩 및 기타금융손익도 8369억원으로 107% 증가했다. 글로벌과 WM뿐 아니라 브로커리지와 운용까지 고르게 실적을 보탠 셈이다.
두 대표의 경영 화두는 시장 환경에 맞춰 변화해왔다. 각자대표 체제 출범 초기인 2024년에는 ‘고객’과 ‘리스크’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증권업계의 건전성 부담이 커지던 시기였다.
두 대표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정비해 손익 안정성을 높이고 WM과 연금 등 수수료 기반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객을 위해 존재한다”며 모든 의사결정의 출발점과 종착점에 고객을 두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회사의 이익보다 고객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지난해에는 실적 회복이 본격화됐다. 미래에셋증권은 2025년 순이익 1조58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71% 성장했다. 해외법인 세전이익은 4981억원까지 늘었고 고객자산도 600조원을 넘어섰다. 취임 초기 리스크 관리와 수익구조 안정화에 무게를 뒀던 전략이 글로벌 사업과 고객 기반 확대로 이어졌다.
올해는 다시 성장에 방점을 찍었다. 두 대표는 2026년을 ‘미래에셋 3.0’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의 융합, 혁신성장기업 투자 확대,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 고도화,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전략으로 내걸었다.
실제 사업도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 홍콩에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을 함께 다루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APS’를 선보였다. 향후 미국과 싱가포르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주식과 미래에셋 ETF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도 추진할 게획이다. 실물연계자산(RWA)과 토큰증권 등 디지털 금융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성과는 재신임으로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 대표와 허 대표를 나란히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지난해 순이익의 약 40%에 해당하는 6347억원을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에 투입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주주환원도 결정했다.
다만 높아진 실적만큼 다음 과제도 무거워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증시 거래 활성화와 글로벌 투자자산 가치 상승, 트레이딩 호조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함께 작용했다. 시장의 방향이 달라져도 현재의 이익 체력을 유지하려면 해외법인과 WM·연금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상수익을 더 키워야 한다.
김 대표에게는 글로벌 투자의 성과를 안정적인 해외사업 이익으로 굳히는 과제가 있다. 허 대표는 빠르게 불어난 고객자산을 장기적인 수수료 수익과 고객 수익률로 연결해야 한다. ‘미래에셋 3.0’ 역시 선언을 실제 사업 성과로 바꾸는 것이 관건이다.
두 대표는 각자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글로벌과 WM·연금을 미래에셋증권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웠다. 이제 관건은 금융지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높아진 이익 체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가느냐다. 두 축의 성장이 시장 호황을 넘어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로 자리 잡을지가 투톱 경영의 다음 성적표를 가를 전망이다.
김범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