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이 ETF와 채권형 펀드 등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술품이나 부동산 등 조각투자 자산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토큰증권 시장의 관심이 전통 금융상품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실물연계자산(RWA) 특화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플룸 네트워크와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신한자산운용의 원화 초단기채 관련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토큰화 펀드 발행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 대한 기술검증(PoC)을 진행한다.
블랙록의 토큰화 펀드 ‘BUIDL’ 모델을 원화 자산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화이트리스트 기반 이전 제한과 온체인 운영구조, 고객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 실제 상품화 과정에서 필요한 규제 준수 요건도 함께 점검한다. 다만 국내 토큰증권 제도 시행 전인 만큼 이번 실증은 역외 시장에서 기술검증에 한정하며 실제 발행이나 유통은 전제로 하지 않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한발 앞서 펀드와 ETF 토큰화를 준비했다. 지난해 9월 블록체인 플랫폼 아발란체 개발사 아바랩스와 손잡고 펀드 토큰화와 온체인 운용·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미국과 홍콩 등 관련 규제가 허용된 시장에서 해외 펀드 상품을 토큰화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올해 6월에는 글로벌 RWA 업체 온도파이낸스와 협력을 맺고 ETF로 범위를 넓혔다. 글로벌X의 해외 ETF 등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구현하고 온체인 자산운용 플랫폼과 디지털 투자상품을 공동 개발하는 구상이다.
다른 운용사들도 디지털자산과의 접점을 넓힌다. 한화자산운용은 올해 1월 솔라나재단과 MOU를 맺고 솔라나 기반 상장지수상품(ETP) 출시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한국디지털자산수탁과 협약을 맺고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구조를 공동 연구하는 등 관련 인프라와 사업 가능성을 살핀다.
제도 시행까지는 시간이 남았다.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해 2월 공포됐으며 내년 2월 4일부터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기술·인프라와 발행, 유통, 결제 등 세부 제도를 마련 중이다.
운용사들은 당장 국내 상품을 발행하기보다 해외 실증과 기술 협력을 통해 경험을 쌓는 데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제도 시행 이후 토큰화가 허용되는 상품과 유통·결제 인프라가 구체화하면 ETF와 채권형 펀드 등 기존 운용상품을 둘러싼 선점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