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뷰티로 넓어진 한류…콘텐츠 넘어 생활로 파고들어
김숙영 “코리안니스는 변화 대응력…속도에 깊이 더해야”

김숙영 UCLA 연극영화대학 교수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 타운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K컬처가 다문화에 익숙하고 팬덤과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변화와 맞물려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밝혔다. K팝과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확산한 한류가 음식과 화장품 등 생활 소비 영역으로 번지면서 이른바 ‘K라이프스타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류의 무게중심은 콘텐츠 감상에서 관련 상품과 생활문화의 경험으로 넓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의 ‘2025 한류백서’에 따르면 한국 문화콘텐츠의 대중적 인기도는 음식이 55.1%로 가장 높았고 뷰티도 52.6%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한국 음식 구매 경험률은 64.8%, 한국 뷰티 구매 경험률은 65.6%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를 K라이프스타일 확산의 핵심 세대로 꼽았다. 그는 “이들은 역사상 가장 다문화적인 배경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외국어로 된 문화나 노래, 콘텐츠에 대한 저항력이 굉장히 낮다”며 “국가보다는 본인이 사용하는 플랫폼이나 소속된 팬덤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강력한 팬덤과 참여 문화를 구축해온 K팝이 이 같은 세대 변화와 맞물렸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0년 넘게 KCON 현장을 지켜본 경험을 언급하며 “갈 때마다 대단한 에너지와 소속감을 피부로 체감한다”며 “정말 젊은 세대들이 호응하는 문화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이 상당히 밝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컬처가 미국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또 다른 힘으로는 ‘익숙함과 이국성의 결합’을 꼽았다. 김 교수는 “K가 가지는 가장 핵심적인 매력은 굉장히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문화를 제시한다는 것”이라며 “익숙한 코드를 재단장하는 힘이 세련된 K웨이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K푸드다. 미국인에게 익숙한 프라이드치킨에 한국식 소스와 조리법을 결합한 한국식 치킨처럼 기존 식문화의 익숙한 문법에 한국적인 요소를 더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특히 미국 젊은 층의 매운맛 선호에 주목했다. 그는 “요즘은 한 가지 맛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맛을 섞는 것이 유행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매운맛이 큰 요인”이라며 “한국처럼 매운맛을 선호하고 여러 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음식 문화가 요즘 트렌드에 상당히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K뷰티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2025 한류백서’에 따르면 한국이 미국 화장품 수입시장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한국 화장품이 아마존·큐텐 등 온라인 채널을 넘어 얼타뷰티와 세포라 등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제품 자체보다 소비자가 제품을 이용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콘텐츠화’에 주목했다. 그는 코로나19 전후 틱톡 등에서 한국 화장품을 일정 기간 사용한 뒤 피부 변화를 공유하는 ‘글라스 스킨’ 콘텐츠를 예로 들며 “K뷰티를 사용하고 열광하는 소비자는 제품도 좋아하지만 사실 그 제품이 주는 여러 기능을 통해 자기의 스토리를 공유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제품 구매가 소비의 끝이 아니라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새로운 콘텐츠의 출발점이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팝의 앨범과 포토카드, 굿즈 등으로 대표되는 ‘컬렉팅’ 문화도 같은 맥락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집하고 공유하며 자신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경험 자체가 소비의 목적이 되고 있다. 김 교수는 “쉽게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에 기반한 컬렉팅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고 K팝 시장은 이미 그것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K라이프스타일의 경쟁력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퍼스널컬러나 피부 유형 진단처럼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도록 돕는 K뷰티의 소비 경험이 젊은 세대의 자기 탐색 욕구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 콘텐츠나 제품은 소비자가 본인을 알아갈 수 있는 과정의 의미와 재미를 선사한다”며 “본인의 스킨 타입을 통해 ‘나는 이런 타입이니까 이런 화장품을 써야 하는구나’를 알아가는 재미를 끊임없이 주기 때문에 K라이프스타일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셀프 디스커버리’를 통해 본인을 케어하고 웰빙을 증진시키는 순환 구조가 이미 이뤄졌기 때문에 K라이프스타일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참여형 소비는 음식에서도 확인된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재현하고 온라인에 기록·공유하면서 다른 소비자의 관심과 소비를 다시 끌어내는 구조다. 소비자가 동시에 콘텐츠 생산자가 되는 흐름이 K푸드와 K뷰티, K팝 등으로 확산하고 있는 셈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를 읽는 ‘속도’ 역시 한국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미국 시장에서 말하는 ‘한국적인 것’에 대해 “어떤 본질을 정의한다기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정말 필요한 부분을 다 마련해주는 게 ‘코리안니스’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속도에 대응하고 그것을 예상하고 그 니즈를 맞춰주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다만 빠른 유행 대응만으로 K라이프스타일의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한류백서도 K푸드는 일시적 관심을 넘어 반복 소비 구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며, K뷰티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 역시 속도와 함께 ‘깊이’를 주문했다. 그는 “문화의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 세계의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하지 않는 깊이 있는 것에 대한 진심 어린 탐구와 호기심을 갖는 것이 가장 오래 지속시킬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