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개편, 실거주 중심 시장으로 가는 전환점 될까 [진단과 제언]

입력 2026-08-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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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정부가 지난 8월 3일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번 개편은 단순히 세금을 더 걷거나 덜 걷는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반복돼 온 부동산 세제의 왜곡을 바로잡고, 실거주 중심의 시장 질서를 회복하려는 구조개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금을 시장 규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과세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장 큰 변화는 '보유보다 거주를 우대한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종부세는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확대해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는 과세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한다. 양도소득세 역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전환해 오래 보유한 사람보다 오래 거주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했다. 집을 투자상품이 아니라 생활공간으로 바라보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겨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동일한 자산가치를 보유하고도 주택 수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초고가 1주택 보유자보다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훨씬 커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번 개편은 주택 수보다 보유자산의 가치와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과세체계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양도세 중과를 2027~2028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은 매물 잠김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서울은 거래량 감소와 함께 매물 부족 현상이 심화했는데, 다주택자와 장기보유자의 매도 여건이 개선되면 시장에 일정 수준의 매물이 공급될 여지가 생긴다. 여기에 고령 1주택자의 지방 이전에 대한 세제 지원까지 더해지면 수도권의 기존 주택 유통이 더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드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절세를 위해서는 단순히 오래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거주해야 하는 만큼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는 다소 줄고, 실거주 목적의 장기보유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가 수도권 중심으로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운영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세제개편 역시 이러한 정책 기조와 맞물려 실수요 중심 시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부동산 시장은 세제 하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은 향후 몇 년간 입주물량 감소가 예정돼 있고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절차적 속도가 더디다. 세금 부담이 일부 임대료로 전가되거나 월세 전환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세제 정상화가 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급 여건과 금리, 대출 환경, 시장 참여자의 심리 등 다양한 요인을 복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번 개편이 실거주와 장기거주를 중시하는 시장 질서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세제 정상화와 함께 도심 주택 공급 확대, 공공주택과 정비사업 활성화, 금융 정책의 균형 있는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성과 일관성이다. 시장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움직일 때 불필요한 불안과 왜곡은 줄어들 수 있다. 세제개편이 단순한 세 부담 조정에 그치지 않고, 실수요자 중심의 건강한 주택시장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 된다면 우리 부동산 시장은 투기와 단기 수익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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