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유액, 4년만에 첫 감소
주식 순매수액 약 198억달러
대형 M&A엔 신중론…WSJ “자산 가격 높다 판단”

워런 버핏의 뒤를 이어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고 있는 그렉 아벨 최고경영자(CEO)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쌓인 현금을 본격적으로 투자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린 데 이어 15분기 만에 주식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아벨 체제’의 자본 배분 전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버크셔의 올해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256억7000만달러(약 36조원)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늘어난 12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에너지와 철도, 제조업 부문의 호조가 보험사업의 부진을 상쇄했다.
시장에서는 실적 자체보다 아벨 CEO의 자본 배분 전략에 주목했다. 올해 초 버핏으로부터 CEO 자리를 넘겨받은 아벨은 2분기 약 45억달러 규모의 버크셔 자사주를 매입했다. 취임 첫 분기였던 1분기 자사주 매입액 2억3500만달러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다. 버크셔의 현금보유액은 사상 최대였던 3월 말의 3974억달러에서 6월 말 기준 3655억달러로 감소했다.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처에도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2분기에는 주택 건설업체 테일러 모리슨 인수도 마무리됐다. 현금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버크셔는 그동안 이어온 주식 매도 추세를 뒤집고 2분기 순매수로 돌아섰다. 상장주식 234억6700만달러어치를 매입하고 36억9300만달러어치를 매각해 약 198억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로써 14분기 연속 이어진 주식 순매도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체 매입액 가운데 약 210억달러는 알파벳이 포함된 ‘상업·산업 및 기타’ 종목에 집중됐다. 구체적인 투자처는 종목별 보유 내역이 공개돼야 확인할 수 있지만 버크셔의 투자 무게중심에 변화가 생겼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버핏은 올해 초 CEO 자리를 아벨에 넘기면서 미국 기업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막대한 현금을 물려줬다. 이는 적절한 투자처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버핏 특유의 신중한 투자 전략에 따라 축적된 자금이다. 버핏은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대상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미국 국채 등에 묶여 있는 현금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다. 아벨 CEO가 자사주 매입과 주식 투자를 동시에 확대하면서 버핏 시대에 쌓아둔 실탄을 본격적으로 꺼내 들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핏이 50년 넘게 이끌어온 거대 기업인 버크셔에 아벨 CEO가 자신의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다만 버크셔가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곧바로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벨 CEO가 현재 공모·사모 시장의 자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 대형 인수에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