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90만마리·양식어류 86만마리 폐사…추석 과일 작황도 변수
연일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일부 채소 가격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고온에 약한 시금치 가격은 한 달 만에 2.5배로 뛰었고 오이와 애호박, 상추도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가축과 양식어류 폐사까지 늘면서 생산 현장의 피해가 농축수산물 가격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히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7일 시금치 소매가격은 100g당 1978원으로 지난달 7일 784원보다 152.3% 올랐다.
다다기오이도 같은 기간 10개당 5369원에서 8313원으로 54.8% 상승했다. 애호박은 1개당 1026원에서 1504원으로 46.6%, 청상추는 100g당 1165원에서 1651원으로 41.7% 각각 뛰었다.
시금치와 상추 등 엽채류는 잎이 얇고 수분 증발량이 많아 고온에 취약하다. 폭염이 이어지면 잎이 시들거나 끝이 타 상품성이 떨어지고 출하 가능한 물량도 줄어든다. 오이와 애호박 역시 생육 부진과 낙화, 기형과 발생으로 정상 출하량이 감소할 수 있다.
다만 이달 상순 기준 이들 채소류의 도·소매가격은 평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올해 주요 채소류 생산량이 대체로 증가한 데다 여름철에는 출하량 감소로 가격이 오르는 계절적 특성도 있는 만큼 최근 상승세가 곧바로 장기적인 물가 급등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축산·수산 현장에서도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7일 기준 가축재해보험에 신고된 폭염 폐사 가축은 90만1602마리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85만6220마리로 약 95%를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폐사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5%이고 전체 사육 마릿수와 비교하면 닭고기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7일 육계 소매가격은 ㎏당 5925원으로 지난 2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6000원을 밑돌았다. 정부는 대형마트 등에 닭고기 납품단가를 1000원 이상 낮춰 공급하고 육용종란 수입도 완료하는 등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도 86만4497마리에 달했다. 피해 물량은 전체 사육 물량 3억6805만마리의 0.23% 수준이며 폐사 물량의 90% 이상이 출하 가능한 크기에 못 미쳐 당장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추석을 앞둔 사과와 배의 작황도 변수다. 폭염이 장기화하면 과실의 크기와 무게가 제대로 늘지 않고 강한 햇볕에 표면이 타는 일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아직 수확까지 시간이 남아 최종 생산량을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상품성이 높은 과일 공급이 줄면 명절 수요와 맞물려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농식품부는 기존 재해대책상황실을 차관이 총괄하는 ‘농식품부 사고수습지원본부’로 격상하고 폭염·가뭄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농가에는 미세 살수장치와 차광 도포제, 송풍팬 등을 지원하고 배추 1만5000톤과 무 6000톤의 수매·비축도 완료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폭염으로 시금치와 상추 등 고온에 취약한 품목의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단기간에 올랐지만 아직 평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라며 “폭염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산지 작황과 출하 동향을 매일 점검하고 필요하면 비축 물량 공급과 할인 지원 등을 통해 가격 불안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