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밥상물가⋯“기후적응형 농정 전환 서둘러야” [뉴노멀 된 히트플레이션]

입력 2026-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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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 생산성 유지 ‘과제’

폭염일수 2024년 30.1일·2025년 29.7일…평년의 2.7배
여름무 도매가 58.9%↑…가축 49만마리 폐사·양식 피해 1430억원
냉각기 도입 후 상추 생산량 40%↑…노지 스마트농업 5곳에 475억원
기술·품종·공동 기반시설 갖춘 ‘생산 안정형 농정’ 전환해야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폭염이 한 해의 예외적인 재해가 아니라 농축수산물 생산을 매년 흔드는 상시 변수로 굳어지고 있다. 기상 충격이 생산량뿐 아니라 출하 시기와 상품 출하량, 저장 물량까지 바꾸면서 도매·소매가격의 변동 폭을 키우는 구조다. 폭염 뒤 가격 안정에 나서는 단기 대응을 넘어 같은 더위에도 생산이 덜 흔들리는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024년 30.1일, 2025년 29.7일로 역대 최다였던 2018년(31.0일)에 이어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두 해 모두 평년(11.0일)의 2.7배에 달했다. 폭염이 길고 잦아질수록 농작물이 고온에 노출되는 기간도 늘어 생산량과 상품성이 함께 떨어질 수 있다.

피해 양상은 작물과 생육 시기에 따라 다르다. 과채류는 개화·수정기에 온도가 지나치게 오르면 착과율이 떨어지고 엽채류는 잎의 생장과 양분 흡수가 저하된다. 배추는 결구가 늦어지고 무는 뿌리 성장이 저해되며 병해와 생리장해도 늘어난다. 수확량이 유지돼도 크기와 모양이 기준에 미달하면 상품 출하량은 줄어든다.

여름배추와 여름무처럼 저장성이 낮고 생산지가 고랭지 등에 집중된 품목은 주산지의 기상 충격이 전국적인 가격 불안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여름배추 생산량은 15만8000톤, 여름무는 8만6000톤이었다. 당시 8~10월 여름무 도매가격은 20㎏당 2만3690원으로 전년보다 58.9%, 평년보다 49.2% 올랐다. 작황 부진에 저장 물량 부족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폭이 커졌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주 최대전력수요가 93기가와트(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 수요가 연일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전력거래소는 8월 셋째 주 역대 최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주 최대전력수요가 93기가와트(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전력 수요가 연일 최고 수준을 기록하자 전력거래소는 8월 셋째 주 역대 최대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대응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실외기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공급 충격은 축산과 수산에서도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49만3497마리로 가금류가 93%를 차지했다. 현재 축산물 가격 상승을 폭염 탓으로만 볼 수는 없지만 폐사가 이어지면 향후 공급 여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바다에서는 고수온 피해가 반복되면서 2024년 양식생물 피해액이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인 1430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생산 충격이 소비자가격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는 농산물 유통구조가 가격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 폭염으로 산지 공급이 줄고 생산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선별·포장·운송·보관 비용과 유통 마진까지 더해지면 소비자가격의 상승 폭은 더 커진다. 반대로 산지가격이 내려도 소비자가격에는 늦게 반영되는 가격 전달의 비대칭도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농협이 온라인도매시장 확대와 예약형 정가·수의거래, 산지유통센터(APC) 직송망 구축을 추진하는 것도 산지와 소비지의 가격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다.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생산 자체의 변동성을 낮추는 대응도 필요하다. 농업 현장에서는 고온 대응 기술을 도입해 생산량과 소득을 높인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전북 진안의 한 시설 상추 농가는 2024년 고효율 양액 냉각기를 도입한 뒤 여름철 생산량이 40% 이상 늘었고 소득은 약 1.5배 증가했다. 농촌진흥청이 3년간 21개 시·군에서 진행한 시범사업에서도 생산량이 최대 2배 늘었다. 다만 초기 설치비와 전력비 등 경제성을 따져 일반 농가로 확산하기 위한 보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별 농가의 기술 도입과 함께 용수·통신 등 생산 기반을 지역 단위로 갖추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당진·고창·고흥·진도·의성 등 5곳에 노지 스마트농업 육성지구를 조성하고 2028년까지 475억원을 투입한다. 자동 관수와 기상관측, 용·배수시설, 무선통신망 등을 갖춰 폭염과 가뭄에도 생산이 덜 흔들리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자동 관수 장비가 있어도 용수원과 통신망이 부족하면 활용하기 어려운 만큼 육성지구 밖 주산지까지 공동 기반시설을 확대하는 일이 과제로 남는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폭염이 일상적인 생산 위험이 된 상황에서는 한시적인 생육관리와 가격 할인만으로 농산물 수급 불안을 막기 어렵다”며 “관수·배수시설과 기상관측망, 저온저장시설처럼 개별 농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기반시설은 주산지 단위로 구축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농자재와 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품종 개발과 기후변화에 따른 품목별 재배 적지의 이동까지 반영한 대책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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