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IRA’ 베일 벗었지만…반도체·배터리 업계 “시행령이 관건”

입력 2026-08-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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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배터리 수혜 규모, 시행령서 결정
배터리 셀 빠지면 반쪽 지원…업계 촉각
국내 판매 요건 변수…반도체 업계 실효성 우려

정부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의 국내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이른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지만, 업계에서는 세부 지원 대상에 따라 정책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배터리 업계는 대규모 투자와 고용이 집중되는 배터리 셀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 역시 국내 판매 요건과 기존 투자세액공제와의 중복 배제 규정으로 인해 실제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6대 첨단산업의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해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다. 다만 세부 지원 품목은 시행령에서 확정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관심이 시행령으로 쏠리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양극재·음극재 등 소재 중심으로 지원 대상이 정해지고 배터리 셀이 제외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배터리 산업은 크게 소재와 셀로 구분되는데, 셀은 생산설비 투자와 고용이 집중되는 핵심 공정이다. 이에 따라 셀이 지원 대상에서 빠질 경우 국내 생산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제도 취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그동안에도 셀 생산에 대한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미국 IRA가 배터리 셀과 모듈 등 첨단 제조 생산 전반을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제도는 지원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제도가 전기차 완성차보다 이차전지 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배터리 업체들의 수혜 규모는 시행령에서 확정될 지원 품목과 기준공제액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는 시행령에서 배터리 셀 포함 여부를 비롯해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 세부 지원 품목, 품목별 기준공제액, 지역별 추가 공제 적용 방식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가 배터리 셀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며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 만큼 셀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셀은 전기차뿐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도 활용되는 핵심 품목인 만큼 국내 생산과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업계도 시행령이 제도의 실효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액공제 대상을 특정 제품 중심으로 한정하기보다 국내 생산기반 전반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특정 제품을 지원하는 제도보다는 국내 생산기반과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 전반을 폭넓게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공제 적용 요건도 현실에 맞게 설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생산세액공제는 국내에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한 제품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반도체는 생산 물량 대부분을 수출하는 산업 구조인 만큼 단순히 최종 국내 판매만 인정할 경우 실제 혜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국내 제조업의 중간재로 활용되거나 국내에서 추가 가공된 뒤 수출되는 경우까지 폭넓게 인정해야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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