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증시를 ‘투자 부적합 시장’으로 평가한 블룸버그 칼럼에 금융당국이 한밤중 공식 반박자료를 냈다. 최근 한국 증시를 ‘카지노’에 빗댄 외신 비판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투자시장으로서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부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경제와 기업 실적이 견조하고 강제청산 관련 수치도 근거가 불분명하다고 맞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오후 10시를 넘겨 ‘국내 증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블룸버그 칼럼 ‘한국 역시 투자 부적합 국가가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의 주장과 수치를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다. 금융당국이 취재 보도가 아닌 외신의 분석 칼럼을 상대로 심야 설명자료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블룸버그는 코스피가 27거래일 동안 40% 가까이 하락했다며 최근 시장 흐름이 2015년 중국 증시 폭락 사태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코스피가 하루 5% 이상 움직인 날이 33일로 닛케이225의 4일과 항셍지수의 0일을 크게 웃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말 출시 승인을 받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약 36만개 계좌가 강제청산됐다는 주장도 내놨다.
금융위는 최근 증시 변동성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하나의 탓으로 돌리기 어렵다며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과 기업 실적 전망도 견조하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6월 중순 이후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여러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며 “최근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글로벌 AI 시장의 대체 불가능한 공급망이자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며 “근거가 불분명한 수치에 기반해 투자 부적격 국가로 평가될 우려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고 5월 경상수지가 38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코스피 상장사 이익 전망치도 3월 말 644조원에서 이달 4일 978조원으로 높아졌다. 코스피가 고점을 기록한 6월 22일의 930조원보다 48조원 많다.
금융위는 “AI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예상 실적은 주가가 고점이었던 때보다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국내외 다수 투자은행도 여전히 국내 증시의 견조한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언급한 약 36만개 강제청산 계좌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금융위는 해당 수치의 정확한 출처가 확인되지 않고 사실관계와도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 신용융자와 미수거래를 합친 반대매매 계좌는 하루 평균 약 3000개였다는 설명이다.
한국 증시를 향한 외신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0일 로이터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한국 증시를 ‘무법천지 카지노’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3일 해당 상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을 키워 시장 전체를 흔들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앞서 5월에는 김용범 정책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언을 두고 블룸버그 통신이 인공지능(AI) 기업의 ‘초과 이익’ 배분 구상처럼 보도하자 청와대가 공식 항의해 정정보도를 하는 헤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신의 보도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흔들리게 해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드러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우려도 보완대책을 통해 안정화해 나가겠다”며 “증시의 복원력과 성장성을 높이는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일관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