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해지에 법적 갈등까지 이어져
“지자체 중심 갈등 조정 장치 필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도시정비사업이 멈춰 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공사비와 자재, 브랜드 적용 등을 둘러싼 이견이 시공사 계약 해지와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서 사업의 장기 표류 우려가 큰 상황이다.
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원효성빌라 재건축 조합은 최근 총회를 열고 대우건설의 시공사 지위를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곳은 대우건설이 지난해 6월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한남더힐과 같은 하이엔드 빌라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조합이 요구한 특정 마감재 적용과 이에 따른 공사비 부담 등을 두고 양측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재 대우건설은 조합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사업이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도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조합은 2023년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같은 해 11월 계약을 해지했다. 소유주들이 높은 분담금을 수용하지 못했고 계약 조건도 불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GS건설은 일방적 계약 취소라며 입찰보증금 반환청구 및 시공이익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GS건설이 제기한 시공사 선정 취소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GS건설에 손해배상 원금 22억원과 지연이자 3억4000만원을 등을 물어야 한다.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2구역 재개발 사업도 2015년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어지며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조합이 DL이앤씨에 특정 자재 사용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다.
특히 해당 사업장은 철거를 마치고 착공을 앞둔 단계에서 조합이 GS건설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졌다. 현재 DL이앤씨가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총회 의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면서 시공사 변경 절차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의 주요 배경은 공사비와 사업 둘러싼 이해관계 차이다. 최근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 부담이 커지자 조합은 분담금 증가를 막기 위해 비용 절감을 요구하지만 건설사는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현실적인 공사비 반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나 고급 마감재 사용 등 공사비 증가로 이어지는 조합 요구까지 맞물리면서 갈등이 커진다.
도시정비사업은 △조합 설립 △설계 △시공사 선정 단계를 거쳐 철거 및 착공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가운데 시공사 선정 후 △이주 △철거 △착공 단계는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구간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 기준이나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분담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한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주무관청인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TF’가 좋은 예시”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청은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TF 산하에 신속추진 전문가 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단은 △갈등중재팀 △전문자문팀 △대민상담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갈등중재팀은 분쟁이 발생한 사업장을 찾아 주민과 조합, 이해관계자 사이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가들도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기존 시공사를 해지하고 재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간은 약 1~2년 정도 길어진다”며 “가장 바람직한 것은 시공사와 조합이 원활히 소통하며 접점을 찾는 것이고 이를 위해 공공의 중재·조정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지원자가 갈등 조정 자리를 마련하거나 중재 역할을 수행하면 사업 지연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