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ㆍ美국채 모두 지켰다’⋯미국 ‘엔화 구하기’ 묘수 [트럼프의 환율 베팅①]

입력 2026-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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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대신 유로 팔아 엔화 매입
FIMA 레포로 미 국채 매각 차단
강달러 기조·국채시장 안정 사수

(그래픽=이투데이)
(그래픽=이투데이)

미국이 40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엔화를 구하기 위해 일본과 함께 공동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두 가지 이례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달러화 대신 유로화를 팔아 엔화를 매수하는 한편, 일본에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외국통화당국(FIMA) 레포 제도 활용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에 협조하되 미국 달러와 국채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현실주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엔화 환율은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56엔대 중반~157엔대 초반에 거래됐다. 전일 155엔대까지 떨어진 것보다는 엔화 강세(달러 약세)가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말 달러당 164엔에 육박하며 약 40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는 강한 절상 흐름을 나타냈다.

이는 미국 재무부와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말 외환시장에 엔화를 공동 매입하고, ‘무질서한 엔화 움직임’에 추가 개입도 불사할 것이라고 시사한 것이 효과를 낸 것이다. 미일의 외환 공조 개입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이후 약 15년 만이다.

이렇게 양국의 협조 자체가 이례적이기도 하지만 그 방식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재무부는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산 것이 아니라 유로를 팔아 엔화를 매수했다. HSBC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두고 “전례가 없는 조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이 일본의 엔화 강세를 지원하면서도, 미국이 달러 약세를 원한다는 인식을 시장에 주지 않으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클레이스는 “미국 재무부가 개입 통화로 유로를 선택한 것은 미국이 광범위한 달러 약세를 원한다는 신호를 피하면서, 이번 조치를 엔화에만 초점을 맞춘 개입으로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특히나 달러 약세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목표치를 웃도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노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더 나아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발표한 공동 개입 관련 성명 말미에서 FIMA 레포 제도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FIMA 레포 제도는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화를 대출해주는 환매조건부 달러화 대출이다. 현행 제도상 최대 600억달러까지 이용할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 한도를 수개월 안에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이 FIMA 레포 활용을 지원한 것은 일본이 외환시장 개입 과정에서 달러 자금 부족에 직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엔화 방어는 결국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보유 달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투기 세력이 일본의 개입 여력이 소진됐다고 판단하면 엔화 매도 공세는 오히려 거세질 수 있다.

일본은 약 1조3000억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지만 이를 모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예금 형태로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미국 국채 등의 자산으로 운용되고 있다. 따라서 엔화 매수 개입에 사용하려면 일반적으로는 보유한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매각해 달러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대규모 국채 매각은 미국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FIMA 레포는 국채를 팔지 않고 담보로 맡겨 달러를 조달하는 방식이어서 이런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닛케이는 “미국 재무부 입장에서도 엔화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막는 동시에 미국 국채 매각이라는 악몽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말 그대로 절묘한 해법이다”고 풀이했다.

애초 이 제도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3월 전 세계적인 달러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금융시장에서는 달러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미국 국채 투매가 잇따랐다. 이에 불과 2주 만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약 1%포인트 급등했다.

닛케이는 당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은 정책당국자들과 시장 참가자들의 뇌리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음에 따라 FIMA 레포를 활용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크레디아그리콜 CIB의 데이비드 포레스터 선임 전략가는 “미국은 강달러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경쟁 우위를 얻기 위해 자국 통화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시장 원칙에 기반한 환율을 지지한다는 주요 20개국(G20)의 합의와도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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