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이 높아진 지 한 달 만에 관리종목이 급증했다. 주가가 널뛰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상장 유지 실익이 없어진 기업들이 시총 미달을 일부러 방치해 강제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상장유지 시가총액 기준이 유가증권시장 300억원, 코스닥 200억원으로 각각 상향됐다.
시가총액 기준이 높아진 지 한 달여 만에 관리종목 지정 기업이 폭증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시총 미달'로 관리종목에 새로 지정된 곳은 코스피 2곳, 코스닥 18곳 등 총 20곳에 달한다.
이는 상반기 전체 지정 건수(7곳)를 한 달 만에 훌쩍 뛰어넘은 수치로, 상반기 월평균(1.17곳)과 비교하면 무려 17배나 급증했다.
관리종목 지정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본지 분석 결과 시총 미달을 이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20곳 중 12곳(60%)이 7월 한 달간 최소 1회 이상 상한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회 이상 상한가를 찍은 곳도 4곳(주연테크ㆍ아센디오ㆍ핀텔ㆍ바이오인프라)에 달했다. 특히 비케이홀딩스는 3회, 원풍물산은 6회나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 미달로 관리종목이 된 기업은 90일 이내에 기준 시총(200억ㆍ300억)을 넘긴 상태를 45일 이상 지속해야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만약 이 조건을 채우지 못하거나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 시가총액, 주가와 관련된 요건들은 기업이 인위적·일시적으로 자본총계를 늘리거나 주가를 부양하려는 시도를 통해 방어 또는 회피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3일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속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주요 변수다. 주가가 기업 순자산가치의 80%에 못 미치면, 대주주가 세금을 줄이려고 일부러 주가를 눌러놓았다고 보고 상속·증여세를 30% 이상 더 물리는 법안이다.
문제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일부 기업이 상속·증여세를 피하려 아예 '강제 퇴출(상장폐지)'을 노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엄 연구원은 "상향된 시총 기준이나 동전주 요건을 이용하면, 대주주는 비용이 많이 드는 자진 상장폐지(공개매수) 대신 시총 미달을 그냥 방치하는 방식으로 편하게 증시를 떠날 수 있다"며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각 법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고 짚었다.
결국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든 의도적으로 상장폐지를 방치하든, 대주주의 속셈을 알 길 없는 소액주주만 원치 않는 상장폐지를 맞아 투자금을 날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숫자만 따지는 기계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시장 상황과 기업의 사정을 반영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상장폐지가 되면 소액주주는 사실상 투자금 대부분을 잃게 된다"며 "기계적인 상폐 적용 대신 정확한 사실 확인과 충분한 유예기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이 증시에서 자금만 빼먹고 이탈하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정량적인 기준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정성 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수진 연구원 역시 "당분간 유예기간을 두거나 사안별 개별 심사를 도입해, 다른 법들과 충돌하지 않는지 검토하고 시장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