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똘똘해진 한 채…세제 개편에도 ‘행선지’만 바뀐다 [‘실거주 중심’ 세제개편 이후]

입력 2026-08-0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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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고가ㆍ저가 가격 격차 꾸준히 확대
상위 20% 13억 뛰는 동안 하위 183만원 올라
세제 개편에 ‘보유세 급증’ 강남 일대 관망 관측
마포ㆍ강동 등 20억 이하로 수요 옮겨갈 듯
"세제는 보조수단…핵심지 선호는 계속"

정부가 초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핵심 입지에 대한 열망이 잦아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강남·용산 등 초고가 주택에서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덜한 마포·강동 등 중상급지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절세형 똘똘한 한 채'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관측한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핵심지에 자리 잡고 있어 현재 가치는 물론 향후 상승 기대감도 높은 이른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쏠림은 최근 몇 년 새 특히 강해졌다. 이런 경향이 반영되면서 비싼 아파트가 더 가파르게 올랐고 고가-저가 아파트값 차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졌다.

KB부동산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위 20%와 하위 20%의 가격 차이는 2021년 7월부터 2024년 2월까지 4배 수준을 유지했다. 이후 2024년 3월 5배를 넘어선 뒤에도 꾸준히 확대돼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인 2025년 4월 6배를 돌파했다. 격차는 계속 확대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6.9배로 정점을 찍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의 상승세가 다소 둔화하고 외곽 지역의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지난달에는 6.4배로 줄었으나 여전히 큰 편이다.

실제 가격을 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상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021년 7월 21억6036만원에서 지난달 34억5513만원으로 5년 새 약 13억원 뛰었다. 반면 하위 20%는 같은 기간 5억3396만원에서 5억3579만원으로 183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똘똘한 한 채는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자산가치가 높은 서울 핵심지의 주택 한 채를 선택하는 전략이 확산됐다. 여기에 서울의 공급 부족과 학군·교통 등 입지 선호까지 맞물리면서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각종 규제가 시행됐지만 핵심지 선호는 꺾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이들 지역에 대한 거래량은 줄었지만 매물 부족 속에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면서 가격 오름세는 여전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정부가 세제 개편을 단행하면서 강남·서초·용산 등 초고가 주택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정경제부가 전날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종합부동산세양도세가 개편되더라도 시가 30억원 또는 양도차익 20억원 이하 수준의 실거주 1주택자는 세 부담 변화가 없거나 일부 감소한다. 반면 이를 초과하는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는 보유·매도 단계에서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 분석에 따르면 공시가격이 변동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의 내년 보유세는 2257만원으로 올해(약 1810만원)보다 27% 증가한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 역시 올해 약 1500만원에서 내년 1855만원으로 25%가량 늘어난다. 용산구 '한남더힐' 235.31㎡는 내년 보유세가 올해 7633만원에서 1억850만원으로 44% 이상 증가하고, 내후년에는 1억4870만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반면 종부세 부과 대상이라도 공시가격 20억원 미만의 실거주 1주택자는 공제한도 상향(12억원→14억원) 효과로 보유세 부담이 줄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마포·영등포·강동 등 중상급지 대표 단지들이 이에 해당한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동결될 경우 보유세가 올해 416만원에서 내년 411만원으로 소폭 감소한다. 영등포구 당산동 '래미안4차' 전용 84㎡와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 전용 84㎡도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보유세가 올해보다 11~12%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 개편이 똘똘한 한 채를 없애기보다는 중상급지로 수요가 더욱 몰리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본지 자문위원)은 "초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요 일부가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덜한 중상급지의 '절세형 똘똘한 한 채'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똘똘한 한 채는 세금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니라 입지와 주거 선호, 수요 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세제는 수요를 분산시키는 보조적 수단일 뿐 근본적인 시장 구조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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