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작 지원”vs“남성 역차별”…팽팽한 찬반론에 심사위원도 고심[헌재로 간 독립영화지원책]

입력 2026-08-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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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점 가산점 두고 심사 ‘공정성’ 논쟁 지속
공모전은 폐지했지만 제작지원 사업에는 유지

▲헌법재판소 (이투데이DB)
▲헌법재판소 (이투데이DB)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성평등지수 가산점을 둘러싼 논쟁은 헌법소원이 제기되기 전부터 이어졌다. 여성 영화인의 창작 기회를 넓히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성별에 따라 부여한 점수가 작품의 최종 순위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영진위가 지난해 제도 유지 여부와 배점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절차까지 시작되면서 영화 지원사업의 평가 방식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적용되는 가산점은 최대 5점이다. 장편과 단편 부문에서는 여성감독에게 2점을 준다. 여성 PD와 작가, 촬영 인력이 참여하면 각각 1점을 더한다. 다큐멘터리 부문은 여성감독과 여성 PD에게 각각 2점, 여성 촬영 인력에게 1점을 배정한다. 작품 평가가 끝난 뒤 해당 점수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정하는 구조다.

가산점 5점은 점수만 놓고 보면 크지 않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심사 점수가 비슷한 작품이 몰린 구간에서는 선정 여부를 바꿀 수 있다. 영진위도 이 같은 영향을 인정했다. 지난해 영진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성차별이라는 게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으로 인한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실제 당선사례를 봐도 여러 가지로 여성이 더 많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게 오히려 역차별은 아닌가, 정말 성평등인가에 대해서 반영해야 할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심사를 해보면 상위권에 있는 작품들은 성평등 가산점과 관계없이 진행된다”면서도 “사실 하위권 작품들은 성평등 지수에 따라 당락이 좀 결정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먼저 점수를 다 내고 나서 그 점수에 성평등지수를 합한 다음 최종적으로 나오는 심사 결과에 대해서 조금 아쉬움을 표시하는 경우도 사실은 좀 있다. 그래서 성평등지수가 이 정도가 적절한지, 앞으로도 이걸 유지해야 할지 고심하는 심사위원분들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는 2021년 한국영화시나리오공모전이었다. 당시 합격선인 70점에 미치지 못한 작품 5편이 성평등지수 적용 후 순위가 상승했다. 이 가운데 한 작품은 최종 4위로 선정됐다. 반면 70점 이상을 받은 작품 2편은 최종 명단에서 빠졌다. 순위에 따라 시상금 차이가 최대 5000만원까지 벌어지는 공모전 특성상 가산점이 결과에 미친 영향을 놓고 논쟁이 커졌다.

제도 폐지에 찬성하는 쪽은 시나리오 공모전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작가의 집필 역량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 지원자 비율보다 여성 선정자 비율이 높아 정책 목표가 일정 부분 달성된 측면이 있다는 것. 다른 지원사업과 달리 공모전은 순위에 따른 보상 격차가 커 가산점 적용에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성평등가족부가 주최한 ‘소다팝’(소통하는 청년들이 성 평등의 다음 페이지를 여는 팝업 콘서트) 행사에서 한 30대 남성은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를 받을 때 공모 주체가 여성이거나 주인공이 여성이면 가산점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의 가산점 제도가 성평등에 기여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여성 감독이나 작가가 ‘가산점 아니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평가를 받을 소지가 있고, 스스로 검열하게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논리도 만만찮다. 제도 시행 기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논란만을 이유로 폐지하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공모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성평등 정책 기조에서 제외하는 것은 공익적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 특히 연출과 투자·배급 등 영화산업의 핵심 분야에서 여성 창작자의 비중이 여전히 낮은 현실을 고려하면 제도 자체를 없애기보다 평가 항목과 배점, 운영 방식을 보다 정교하게 손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의견을 고려해 영진위는 2022년 평가 항목을 한 차례 손질했다. 2023년에는 다양성지표 연구 결과를 검토하고 시나리오 공모전 지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결국 2024년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성평등 가산점을 없앴다. 대신 다양성 항목을 새 평가기준으로 넣었다. 공모전에서 제도를 폐지한 것과 달리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 사업에서는 최대 5점의 가산점을 유지한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정책 취지와 평가의 공정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 창작자의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한 정책 목적이 있더라도 가산점이 실제 당락을 가르는 구조라면 배점의 타당성과 적용 방식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정책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인 가산점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면 현장의 현실을 반영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정책은 흑백논리로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이 제도를 남녀 간 대립 구도로만 볼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영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춰 세심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영화계, 특히 독립영화는 물론 상업영화의 연출과 투자·배급 구조에서도 여성의 진입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객관적인 현실”이라며 “미시적인 논란에만 집중하기보다 산업 전반의 구조를 고려하면서 운영 방식은 합리적으로 손질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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