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늘어도 상주인구 감소…의료·돌봄·교통 등 생활 기반 확충 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산어촌 마을 패널 조사 사업(6/10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세컨하우스가 있는 조사 마을 비율은 2021년 38.2%에서 2025년 51.5%로 높아졌다. 4년 사이 13.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 마을 두 곳 중 한 곳에는 상시 거주 외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주택이 있는 셈이다.
주거용 농막·컨테이너가 있는 마을 비율도 같은 기간 40.2%에서 48.6%로 늘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도시민의 체류형 주거 수요 증가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농산어촌으로 아예 이주하는 방식뿐 아니라 기존 생활 근거지를 유지하면서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머무는 이용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전국 103개 농산어촌 마을과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농산어촌이 인구 감소 속에서도 체류형 주거와 새로운 경제활동 등을 통해 정주 공간의 기능을 바꿔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머물 공간이 늘어난다고 마을에 사는 사람까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계속 조사한 90개 마을의 평균 상주 가구는 89.2가구에서 95.0가구로 증가했다. 반면 평균 상주인구는 188.8명에서 182.4명으로 감소했다. 마을당 가구는 5.8가구 늘었지만 인구는 6.4명 줄었다.
인구가 감소한 49개 마을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욱 선명했다. 평균 상주 가구는 81.7가구에서 80.7가구로 1가구 줄었지만, 상주인구는 171.9명에서 140.1명으로 31.8명 감소했다. 가구 수는 거의 유지됐는데 마을 주민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가구당 인구도 2.10명에서 1.74명으로 축소됐다.
인구가 증가한 41개 마을에서도 가구 규모는 작아졌다. 평균 상주 가구가 98.1가구에서 112.1가구로, 상주인구가 209명에서 233명으로 늘었지만 가구당 인구는 2.13명에서 2.08명으로 줄었다.
연구진은 고령 단독가구 확대와 청년층 유출, 출생아 감소 등에 따라 가구 규모가 작아지는 ‘소가구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컨하우스 확산과는 별개로, 상주 가구 수가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마을에서도 인구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농산어촌에 사는 주민들의 평가에서도 매력과 불편이 엇갈렸다. 주민 360명을 대상으로 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자연환경은 10점 만점에 8.42점, 안전은 8.05점, 이웃 관계는 7.96점이었다. 반면 보건의료는 4.55점, 생활편의시설은 4.74점, 일자리는 5.23점에 그쳤다.
종합병원 등 전문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지역으로는 인근 도시를 꼽은 응답이 41.1%, 대도시가 28.3%였다. 자연환경과 이웃 관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도 진료와 생활편의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불편이 남아 있는 셈이다.
연구진은 인구 감소를 전제로 주민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정주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정부는 기본적인 인프라와 서비스를 보장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실제 생활권과 지역 특성에 맞춰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빈집과 유휴공간을 주거·경제활동·돌봄 기능이 결합된 거점으로 활용하고, 방문형·순회형 서비스를 통해 의료와 돌봄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잠시 머무는 사람이 늘어나는 변화에 대응하면서 상주 주민의 교통과 필수서비스를 함께 확충해야 한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