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와 증여세는 원칙적으로 재산의 ‘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모든 재산의 시가를 확인하기 어렵다. 특히 꼬마빌딩이나 나대지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아파트와 달리 객관적인 시가를 확인할 수 있는 거래사례를 찾기 어려워 공시지가 등을 활용한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시가와 보충적 평가액의 차이가 큰 경우다. 같은 가치를 가진 재산임에도 누구는 실제 가치에 근접한 세금을 부담하고, 누구는 훨씬 낮은 가액으로 신고한다면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2020년부터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896건의 꼬마빌딩 등을 감정평가해 신고가액 대비 약 75% 높은 가액을 시가로 인정해 과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5년에는 고가 아파트와 단독주택으로까지 감정평가 대상을 확대하였다.최근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의뢰한 사후 감정가액도 일정한 요건 아래 시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 모든 부동산을 감정평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과세 형평성이 현저히 저해될 우려가 있는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을 선별해 감정평가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조세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필요한 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과세관청의 감정가액이 언제나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이후 선고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4두31963 판결)은 증여일부터 가격산정 기준일과 감정평가서 작성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지 않고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하였다.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부동산이 포함된 경우 세액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시가다. 일련의 판결들은 과세관청의 사후 감정평가 자체는 허용되지만, 그 가액이 상속·증여 당시의 객관적 교환가치를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따라서 고가 부동산을 상속하거나 증여받는 경우에는 사후 감정평가에 따른 추가 과세 가능성에 대비하는 동시에, 감정가액의 산정기준일과 가격 변동 여부에 대한 과세관청의 입증이 적절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경희 법무법인 세종 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