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향중' 시작부터 터졌다⋯2시간 수다도 보게 한 '뜬뜬'의 힘 [엔터로그]

입력 2026-08-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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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불과 수 초 안에 웃음을 주는 숏폼 콘텐츠는 끝이 없습니다. 더 자극적인 제목, 더 빠른 편집, 더 강한 반전이 시청자를 붙잡기 위한 공식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콘텐츠 시장에서는 '도파민'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죠.

그런데 이런 흐름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는 콘텐츠가 있습니다. 유재석이 이끄는 유튜브 채널 '뜬뜬'이 그 주인공인데요. 출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몇 시간씩 대화를 나누는 '핑계고'에 이어 최근 공개된 여행 예능 '풍향중'까지 긴 러닝타임에도 높은 조회 수와 화제성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자극보다 관계, 새로운 포맷보다 익숙한 세계관을 앞세운 '뜬뜬'은 어떻게 유튜브 예능의 성공 공식을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는 걸까요.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이번엔 풍향중…'뜬뜬' 예능, 굳건한 세계관으로

유튜브 채널 '뜬뜬'은 하나의 '예능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대표 토크 콘텐츠 '핑계고'를 시작으로 '풍향고', '계모임', 각종 특집까지 출연자들의 관계와 분위기를 공유하는 시리즈를 잇달아 선보이며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했는데요.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관계성을 중심에 둔 '뜬뜬식 예능'이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 잡으면서, '뜬뜬에서 누가 만나는지' 자체가 화제가 되는 구조가 형성됐습니다. 특히 '핑계고'에서 큰 웃음을 자아낸 바 있는 유재석과 지석진, 양세찬 등 출연진은 새로운 콘텐츠에서도 자연스럽게 호흡을 이어갑니다. 시청자는 새로운 포맷보다도 이미 익숙한 관계가 다른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를 기대하게 됩니다. 이처럼 출연자의 서사가 콘텐츠를 넘어 축적되는 점이 뜬뜬식 세계관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프로그램마다 형식은 달라도 '뜬뜬에서만 볼 수 있는 조합'과 자연스러운 티키타카를 기대하는 시청층이 형성되면서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고 있죠.

그 바통을 이어받은 작품이 바로 '풍향중'입니다. '2026 썸머로드 시리즈'의 일환으로 선보인 '풍향중'은 누적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하고 제61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을 받은 '풍향고'의 세계관을 국내 여행으로 확장한 스핀오프 콘텐츠인데요. 유재석을 필두로 배우 이성민, 방송인 지석진, 양세찬이 다시 의기투합해 국도를 따라 여행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콘셉트도 한층 진화했습니다. 기존 '풍향고'의 핵심 규칙이었던 'NO 어플, NO 예약'에 더해 'NO 내비게이션, NO 고속도로'라는 제한을 추가했습니다. 종이 지도만 들고 국도를 달리며 길을 찾고, 목적지를 향해 우왕좌왕하는 과정 자체가 웃음 포인트가 되는 구조입니다. 여행지를 보여주기보다 이동 과정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출연진의 대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기존 여행 예능과 차별화도 꾀했습니다.

시청자들도 빠르게 화답했습니다. 1일 공개된 1화는 공개 이틀 만인 3일 오후 4시 기준 조회 수 430만 회를 돌파하면서 흥행 신호탄을 쐈습니다. 여행을 앞둔 유재석이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며 돌연 은행에 방문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확산했는데요. 이 장면만을 담은 한 유튜브 쇼츠 영상은 6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핑계고'와 '풍향고'를 통해 쌓아온 관계성과 분위기를 이어받으면서, '뜬뜬'식 예능이 하나의 시리즈이자 브랜드로 자리 잡았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새롭게 시작한 콘텐츠가 초반부터 시청층을 빠르게 확보한 비결 역시 여기에 있습니다. '뜬뜬'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는 팬덤이 두텁다는 사실을 입증하죠.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도파민 부족하다고?…숏폼 시대, 롱폼이 통하는 이유

'풍향중'의 흥행은 의외의 결과처럼 보입니다. 숏폼을 중심으로 짧고 강한 자극의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2시간에 달하는 롱폼 예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콘텐츠 시장은 숏폼과 롱폼이 이용자를 두고 경쟁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이용자들이 환경과 목적에 따라 다른 형식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숏폼과 롱폼 역시 각각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8.6%는 숏폼 콘텐츠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최근 1년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로 범위를 넓히면 이용률은 65.4%까지 높아졌고, 20대 이하에서는 약 80%에 달했죠. 숏폼이 일상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은 셈인데요. 이용자들은 '짧아서 부담 없이 보기 좋아서'(76.0%), '재미있는 부분만 볼 수 있어서'(51.4%), '알고리즘 등으로 자연스럽게'(47.0%) 등을 이용 이유로 꼽았습니다.

다만 전체 응답자의 50.7%는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 예능 등 가로형 전체 분량 영상 콘텐츠를 선호한다고 답해 숏폼 선호 응답(39.4%)을 웃돌았는데요. 짧은 영상으로 틈새 시간을 채우면서도, 몰입이 필요한 콘텐츠는 긴 호흡으로 즐기는 소비 패턴이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시청 데이터에서도 롱폼의 존재감은 숏폼에 뒤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콘텐츠 분석업체 디지털아이(Digital i)에 따르면 미국 유튜브 이용자의 30분 이상 롱폼 콘텐츠 시청 비중은 2023년 10월 65%에서 2024년 10월 73%로 8%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특히 18~24세 모바일 이용자의 롱폼 시청 비중은 58%에서 79%로 크게 뛰었죠.

이용자의 시청 행태가 달라지면서 유튜브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짧은 영상을 소비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 TV와 방송, OTT가 차지했던 시청 시간까지 흡수하는 방향으로 서비스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닐 모한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유튜브를 '새로운 TV'라고 규정했습니다. TV를 통해 유튜브를 시청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유튜브 역시 긴 호흡의 콘텐츠를 즐기는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리서치업체 닐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튜브는 점유율 11.1%로 1위를 기록했죠.

이 같은 흐름은 '뜬뜬'의 콘텐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핑계고'와 '풍향중'은 빠른 전개나 강한 자극 대신 출연진의 대화와 관계성을 천천히 쌓아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SNS나 유튜브 쇼츠에 올라온 짧은 하이라이트 영상은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본편에서는 1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시청자를 붙잡는 구조인데요. 숏폼이 유입 창구 역할을 하고 롱폼이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시청 시간을 늘리는 데 유리한 구조라는 점에서 유튜브의 콘텐츠 소비 방식과도 맞아떨어지죠.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출처=유튜브 채널 '뜬뜬 DdeunDdeun')

관계가 곧 웃음…고효율 웹예능의 공식

웹예능에서 출연자 간 관계성을 활용하는 전략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다만 '뜬뜬'은 이를 개별 프로그램이 아니라 채널 자체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면서 눈길을 끄는데요. '핑계고'에서 누적된 출연자들의 케미스트리와 서사가 '풍향고', '풍향중' 등으로 이어지면서 시청자는 익숙한 세계관의 다음 이야기를 소비하게 됩니다. 개별 콘텐츠의 흥행이 다음 시리즈의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채널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죠.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열리는 '핑계고 시상식'입니다. 한 해 동안 뜬뜬 채널에서 활약한 출연자와 콘텐츠를 자체적으로 결산하는 이 시상식은 매회 10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수상 결과와 출연진의 반응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연말 이벤트로 자리 잡았는데요. 개별 프로그램을 넘어 채널 전체를 하나의 브랜드처럼 소비하는 시청 문화가 형성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으로도 읽힙니다.

이 같은 구조는 광고와 협업 측면에서도 장점으로 이어집니다. 대화와 여행, 식사, 이동처럼 일상적인 장면이 중심인 만큼 제품이나 서비스를 콘텐츠 흐름 안에 배치하기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상품을 화면에 노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출연진이 직접 장소를 찾거나 서비스를 경험하는 과정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풍향중'의 흥행은 뜬뜬이 오랜 시간 누적해온 채널 전략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성공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관심을 다음 시리즈와 채널 전체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뜬뜬'은 개별 프로그램보다 채널 자체를 먼저 찾게 만드는 예능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본격적으로 시작될 '풍향중'의 여행에도 기대가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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