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기업 이미지 위한 활동서 경쟁력으로
빅파마, ESG 자료 요구…계약 반영‧실사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투자자와 주주를 대상으로 한 지속가능경영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수출, 공동연구, 위탁개발생산(CDMO) 등 사업 협력 과정에서 ESG가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ESG위원회를 신설하거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ESG 경영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ESG 관리 체계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7년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데 이어 2023년부터는 ‘ESG 보고서’로 명칭을 변경했다. 최근에는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해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첫 ESG 리포트를 발간했다.
지난해 11월 분할상장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통해 지속가능경영 전략과 주요 과제를 관리한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ESG 사무국이 전담 조직으로 ESG 실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로부터 ‘AA’ 등급을 획득했다.
알테오젠도 올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선언하고 ESG위원회와 실무협의체를 신설했다. 전담 조직과 ESG 데이터 통합 관리 체계도 구축해 연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AI 기업 루닛 역시 ESG 전담 인력을 운영하며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변화는 글로벌 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글로벌 빅파마들은 협력사를 선정할 때 기술력과 임상 성과뿐 아니라 환경경영, 윤리경영, 인권, 정보보호, 공급망 관리 등 ESG 수준도 함께 평가한다.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기술수출과 공동개발에서는 임상의 윤리성, 제조시설 운영, 공급망 관리, 리스크 대응 역량도 주요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들은 협력 과정에서 ESG 정책과 관리체계, 평가 결과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며 “ESG가 거래와 공급망 관리의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권고 수준을 넘어 계약상 의무사항으로 반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파트너들은 계약 체결 전 ESG 정책과 평가 결과, 증빙자료 등을 요구하는 실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 이후에도 정기적인 설문과 자료 제출을 통해 ESG 관리 수준을 점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CDMO 시장에서도 ESG의 중요성은 크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원료 조달부터 생산, 물류까지 공급망 전반의 ESG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으며 위탁생산 기업에도 동일한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도 ESG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친환경 생산공정과 윤리경영, 공급망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와 ESG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 글로벌 ESG 평가기관 에코바디스로부터 상위 1% 기업에만 부여되는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2023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이사회 중심의 ESG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지수에 2년 연속 편입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ESG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글로벌 ESG 평가기관 MSCI에서 3년 연속 ‘A’ 등급을 받았다.
업계는 ESG가 더 이상 기업 이미지를 위한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ESG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력뿐 아니라 실제 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유럽 시장은 입찰 과정에서 가격과 공급 안정성, 임상 데이터뿐 아니라 ESG 수준도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는 만큼 ESG 경영 여부가 수주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