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시드오픈리서치는 미국 비당파 정책 기관 솔라나 정책 연구소와 한미 디지털자산 제도 격차를 분석한 보고서 ‘디지털자산과 자본시장의 미래: 미국과 한국의 선택’을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동명의 정책 심포지엄에서 양국 의회, 규제 당국, 법조계, 업계 관계자들이 제시한 논의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미국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합법적인 금융 인프라로 수용하며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을 주도하는 반면, 한국은 폐쇄적인 규제 설계와 인가 기준 공백으로 시장 고립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와 솔라나 정책 연구소는 미국이 지니어스법과 클래리티법을 통해 전통 금융기관이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적법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개방형 경로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의 논의는 여전히 통제와 기득권 배분 다툼에 머물러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한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인가 체계의 공백을 꼽았다. 당국의 규제 체계가 라이선스 종류를 규정하는 데 그치고, 은행·증권사·전자금융업자가 각 인가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법적 성격, 증권사의 온체인 지갑 보유, 신탁업 인가를 받은 은행의 온체인 수탁 허용 여부 등 사업 전반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정식 입법 전이라도 당국이 잠정 지침을 마련해 사업자의 이중 인가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폐쇄적인 제도 설계도 문제로 지목됐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의 사모 면제 제도처럼 소수 적격투자자에게 복잡한 절차 없이 자산을 판매할 수 있는 제도를 바탕으로 국채와 펀드 등 실물자산토큰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산을 토큰화하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 규제를 예외 없이 적용받아 초기 시장 진입이 막혀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 수요가 높은 달러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도 법인 설립, 준비자산 예치 등 국내 취급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 인프라를 소수 기관 중심의 프라이빗 체인으로 강제하는 현행 규제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보고서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퍼블릭 체인의 개방성을 잃은 프라이빗 체인은 혁신 없이 비용만 높이고 글로벌 자본 흐름을 단절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퍼블릭 체인 도입에 따른 거래 정보 노출 우려에 대해서는 기술적 장치로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밀러 화이트하우스-레빈 솔라나 정책 연구소 대표는 솔라나의 컨피덴셜 토큰 익스텐션 등을 예로 들며 “프라이버시는 규제 당국의 정당한 요청이 있을 때만 정보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기술적 장치를 통해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인가 문제는 발행부터 유통까지 전 참여자에게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며 “당국은 어떤 시장 참여자가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에스더 해시드오픈리서치 연구원은 “문제의 본질은 입법 속도가 아니라 방향성”이라며 “한국이 가진 세계 최고의 제조 인프라와 K-콘텐츠, 높은 디지털 수용력을 온체인 생태계로 결집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틀을 깨고 개방형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