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과 핵심광물 공급망, K뷰티를 한·브라질 경제협력의 새 성장축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상품을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 양국의 기술과 자원을 결합한 공동사업을 발굴해 정상회담의 합의를 실질적인 투자·생산 성과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브라질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의 독보적인 혁신 기술과 제조 역량에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이 힘을 합친다면 양국은 안정적인 공급망과 미래 산업을 함께 이끄는 최적의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양국 기업과 기관 간 모두 7건의 업무협약(MOU)이 체결됐다. 항공우주와 희토류 공급망,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간 협력 사업이 구체화됐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브라질 간 유망 협력 분야로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K뷰티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양국 기업인들이 힘을 모아주신다면 한국과 브라질은 글로벌 항공시장을 주도할 항공기 제조 강국이자 공급망 협력에 중요한 파트너, 나아가 글로벌 뷰티 시장의 선도자로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민항기 공동개발은 이번 순방에서 기업 간 협력으로 빠르게 구체화됐다. 이 대통령이 전날 브라질리아 공군기지에서 한국이 도입할 브라질산 C-390 다목적 수송기를 시찰한 뒤 "민항기도 같이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데 이어, 이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브라질 엠브라에르가 민항기·항공우주 분야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사는 엠브라에르의 항공기 설계·제작 역량과 KAI의 구조물 생산 경험을 결합해 차세대 민항기와 항공우주 사업에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고 정례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 김종철 KAI 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동행한 것도 항공 협력의 외연을 넓히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도 "항공우주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며 "대한민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엠브라에르가 생산한 C-390 수송기를 도입했다"고 평가했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제조 역량을 결합한 공급망 협력이 강조됐다. 이 대통령은 "브라질은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니켈, 철광석 등 핵심광물의 보고"라며 "수력, 풍력, 태양광 등 풍부한 청정에너지에 바이오에탄올 시장까지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후속 사업 구상을 내놨다. 포스코그룹은 브라질 철광석 기업 발레와의 협력을 리튬과 희토류 등 핵심광물 분야로 확대하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자원개발기업 메테오릭 리소시스와 브라질 희토류 공급망 확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K뷰티도 새로운 협력 분야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K뷰티를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분야"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한국 화장품의 현지 진출을 가로막는 관세와 규제 개선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협력 범위는 이 대통령이 제시한 3대 분야를 넘어 디지털 헬스케어와 산업기술, 식품 공급망 등으로도 확장됐다. SK바이오팜은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와 AI 기반 뇌전증 치료제 개발과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산업기술 협력 관련 MOU 2건을 체결했고, 하이랜드푸드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각각 단백질 제품 공급망 구축과 유망 산업 분야의 비즈니스 기회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주요 기업들도 현지 사업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브라질의 탈탄소 정책에 맞춰 그린수소 생산과 수소트럭, 소형모듈원전(SMR) 분야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제조업의 디지털·에너지 전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고, 네이버는 브라질을 거점으로 중남미 AI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기업 협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고위급 직통라인도 가동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사후 브리핑을 열고 "이 대통령이 제라우두 아우키민 브라질 부통령과 저를 양국 경제협력의 전담 라인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는 전담 채널을 통해 현지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관세·규제 애로를 직접 청취하고 해결하는 공동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 실장도 "한국의 혁신 기술과 브라질의 풍부한 자원이 힘을 합친다면 안정적인 공급망은 물론 미래산업에서도 함께 앞서 나갈 수 있다"며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 재개와 핵심광물·희토류, 항공우주 분야의 협력사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아우키민 부통령과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편 이 대통령은 행사 후 룰라 대통령이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상파울루 금속노동조합 본부를 방문했다. 웰링턴 다마스세누 위원장의 안내로 룰라 대통령이 사용했던 사무실을 둘러본 이 대통령은 당시 책상에 앉아 룰라 대통령의 과거 사진과 같은 포즈로 기념촬영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방문 뒤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드는 일은 브라질이나 대한민국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