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전날 10% 이상 폭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극심한 공포 장세를 보이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악몽의 하루가 됐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장중 한때 11.29% 내리며 곤두박질쳤고 이달 들어서만 28%가량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는 주식 매매를 20분간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동시 발동됐다. 코스피 시장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올해 8번째, 양 시장 동시 발동은 올해 들어 3번째다.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도 극에 달했다. 5000만원어치의 반도체주를 보유한 직장인 이모씨(37)는 청년도약계좌까지 해지해 주식에 보탰으나 손실률이 20%를 넘었다고 성토했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은 공포를 넘어 절망 수준에 이르렀다. SK하이닉스 레버리지에 2억원을 투자한 직장인 김모씨(37)는 손실률이 70%에 가까워져 원금 절반 이상을 날렸다. 주식 커뮤니티에는 손절 시기가 지나 계좌를 덮어두거나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겠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이번 급락세는 중국 자원집약형 반도체 기업인 창신메모리의 대규모 증시 상장이 유동성 흡수 우려를 자극하며 국내 증시 하방 압력을 높인 영향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 전반의 과열 소진 및 구조적 버블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하락세를 자본시장의 자연스러운 수급 조정 과정으로 평가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집행 확대 속에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나, 이는 채무 상환 능력을 주시하는 자본공급자의 관점일 뿐 산업 전체의 구조적 붕괴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130년간 미국 증시 역사에서 발생한 세 차례의 버블 붕괴 사태인 1929년, 1966년, 2000년에는 공통적으로 국채금리 급등이 관찰됐으며 국채 금리 급등 없는 버블 붕괴 사례는 130년 증시 역사상 단 한번도 존재한지 않았다"며 "현재 국채금리의 발작적 급등 조짐이 없는 만큼 7월 말에서 8월 초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미국 재무부 국채 발행계획(QRA)을 거치며 금리가 진정되면 증시는 위험선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중국 반도체 추격 우려와 AI 투자 현금화 의문, 레버리지 포지션 강제 축소가 복합 작용한 결과"라며 "주가 급락에도 원화와 외환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것은 시스템 위기보다 주식시장 내부의 포지션 과잉 해소에 가깝다는 방증으로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나올 변수들을 체크하며 투자할 것을 권하는 신중론을 보이기도 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DUV 노광장비 양산 보도와 주요 AI 기업의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상승으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가운데, 예탁금이 6월4일 약 140조원에서 7월24일 106조원 수준으로 급감해 매수 여력이 제한적"이라며 "단기 포지션 변경을 지양하고 빅테크 실적발표와 FOMC 결과를 확인하며 점진적으로 선별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